(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해군 호위함 청주함(FF·1천500t)에 계급과 이름이 같은 수병 3명이 함께 근무하고 있다.
20일 해군에 따르면 추진기관병 김선우(23·해상병648기) 일병, 갑판병 김선우(21·해상병649기) 일병, 보급병 김선우(21·해상병649기) 일병이 나란히 청주함을 타고 있다.
이들 수병은 서해 최전선에서 우리 바다를 지키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추진기관병인 김 일병은 선임으로 나이도 많아 형 역할을 하고 있다.
고교 시절 2함대에 안보견학을 갔을 때 북한 어뢰에 피격돼 수병 46명이 희생된 천안함 전시시설을 돌아보고 마음이 뭉클해져 해군에 지원했다. 첫 배치도 2함대였다.
그는 후임인 두 '김선우 일병'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휴가 후 복귀할 때 선물을 사 오는 것은 기본이다. 가끔 연애 상담을 위해 찾아오면 자신의 경험을 떠올리며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고 한다.
선임 김 일병은 "아무래도 함정에서 이름이 같은 후임 '김선우 일병'들이 친동생 같아 정이 많이 간다"며 "김선우 일병 중 가장 선임이자 연장자로서 남은 군 복무기간 후임 수병들을 잘 이끌어 서해 북방한계선을 수호하는 필승함대 2함대의 전통을 이어나가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갑판병 김선우 일병은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실력파로, '청주함의 다빈치'로 불린다.
그는 '바다'를 소재로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다. 해군을 지원한 데는 이런 이유도 있었다. 지금도 김 일병의 스케치북에는 항해 중에 경험한 특별한 풍경들이 가득하다.
청주함 휴게실의 한쪽 벽면에는 그가 그린 '청주함 히어로'라는 제목의 벽화가 있다.
함정 부서장의 제안으로 김 일병이 선뜻 나섰다고 한다. 함정에 칠하고 남은 페인트를 활용해 그렸다. 세부적인 묘사는 예술적 표현을 위해 붓 대신 손가락을 사용했다. 그가 벽화를 그릴 때 나머지 두 '김선우 일병'이 조수 역할을 했다고 한다.
청주함 다빈치로 불리는 김 일병은 "같은 이름을 가진 것뿐인데 다른 '김선우 일병'들은 어려운 일이나 힘든 일이 있을 때면 내 일처럼 나서서 도와줘 의지가 많이 된다"고 고마워했다.
보급병인 김선우 일병은 갑판병 김선우 일병과 동갑내기 친구이자 군대 동기이다.
둘은 해군교육사령부 기초군사교육단에서 훈련을 받던 훈련병 시절부터 알고 지냈다. 훈련병 시절 같은 이름의 동기가 있다는 사실은 알게 모르게 힘이 됐다고 한다. 생활관도 통로형태로 되어 있어 자주 만날 수 있었다.
이름이 같아 훈련교관이 부르면 함께 달려나갔다. 가족들이 보낸 인터넷 편지도 번지수를 잘못 찾아간 적도 많았다.
김 일병은 "훈련소에서 같이 훈련받았던 김선우 일병과 같은 배에서 근무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살면서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신기한 인연인 만큼 우리 청주함 김선우 일병은 끈끈한 전우애를 더욱 키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3명의 이름이 같다 보니 함정 내에서 해프닝도 많다고 한다.
예를 들어 청주함 당직자가 함내 방송으로 "일병 김선우, 보고하라"고 호출하면 3명이 함께 달려 나온다.
해군의 한 관계자는 "수병이 한 기수에 대략 1천여 명 정도 배출된다고 가정하면 그중 동기가 같은 함정에 배치될 가능성은 작다"며 "무작위 전산 배치다 보니 운에 맡겨야 하지만, 거기에다 이름까지 같을 확률은 더욱 낮아진다"고 말했다.
청주함의 주임상사 김동석(47) 상사는 "청주함에 세 명의 김선우 일병은 계급도 같고 이름도 같고 하는 행동도 같다"며 "이 세 명은 전우애를 바탕으로 조국 해양주권을 수호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똘똘 뭉쳐 다른 동료들에게도 귀감이 된다"고 칭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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