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 고려 '먹고 자는' 새 실무협상 방식 채택…'콘클라베 방식' 연상
北최선희·美비건, 상견례 동시에 '로지스틱스' 놓고 마라톤 '밀당' 예고
(스톡홀름=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이정진 기자 = 북한과 미국이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 외곽에서 19일 오후(현지시간) 시작한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실무협상은 여러 가지 면에서 이목을 끌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번 실무협상은 미국과 북한 간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협상의 실무 대표인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의 첫 회동이라는 점이 이채롭다.
비건 대표는 작년 8월에 임명된 뒤 작년 10월에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수행해 평양을 방문하는 등 그동안 북측 카운터파트인 최 부상을 몇 차례 만날 기회가 있었지만 번번이 성사되지 못했다.
그래서 두 사람은 '가까이 하기에 너무 먼 당신'이 아니냐는 말까지 나돌았다.
두 사람은 지난 6개월간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한반도도, 미국도 아닌 제3국에서 처음으로 대좌했다.
그러나 '상견례'와 동시에 2차 정상회담의 세부사항을 놓고 마라톤식의 밀당(밀고 당기기)에 돌입한 형국이다.
주목할 대목은 협상 대표들이 한 공간에서 3박 4일간 함께 먹고 자며 담판을 벌이는 '합숙 협상' 형식이라는 점이다. 그만큼 협상의 중요성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작년 6월 제1차 북미 정상회담 때 양측은 판문점에서 만나 출퇴근 협상을 벌이며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의 의제를 확정하고 '로지스틱스(실행계획)'를 마련했다.
양측이 판문점 출퇴근 협상 대신에 '제3국 합숙담판'이라는 새로운 시도에 나선 것은 무엇보다도 보안을 염두에 뒀기 때문으로 받아들여진다.
스웨덴에서도 인구가 많은 스톡홀름에서 양측 대표가 출퇴근하며 협상을 벌일 경우 언론이나 일반인들에게 쉽게 노출돼 협상에 제약이 되는 측면이 있었을 것이라는 유추가 나온다.
한편으로는 대화와 협상의 시간을 최대한 확보함으로써 협상을 타결짓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받아들여진다.
'합숙 협상'은 로마 가톨릭에서 교황을 선출할 때까지 추기경들이 문을 걸어 잠그고 최종 후보가 나올 때까지 계속해서 토론하는 '콘클라베 방식'을 연상케 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또 이는 이번 기회에 협상을 타결짓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최대한 대화 시간을 확보해 서로의 속내를 기탄없이 얘기해보겠다는 포석도 포함된 것으로 읽힌다.
북한과 미국은 이미 2차 정상회담을 내달 말께 갖기로 합의한 만큼 약속대로 이를 관철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싸움도 벌여야 한다.
작년 6월 1차 정상회담 이후 양측은 북한의 비핵화 범위 및 방식과 이에 상응하는 미국의 조치를 둘러싸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8개월간 후속 협상을 열지 못했다.
이는 양자 간엔 그만큼 좁혀야 할 간극이 크다는 것을 뒷받침하므로 집중적인 협상을 벌여 정상회담 준비 기간을 최대한으로 줄이겠다는 뜻으로도 받아들여진다.
아울러 북미 간 양자 협상 뿐만 아니라 언제든지 스웨덴이 협상을 용이하도록 중재하고, 남북미 3자가 회동해 한국이 협상의 균형추 역할을 하는 등 다양한 논의방식을 통해 협상 결과를 도출해 내겠다는 의지가 포함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처럼 북한과 미국이 의욕적으로 나선 3박 4일간의 합숙 담판이 어떤 결론으로 귀결될지 협상 대표들의 어깨는 더 무거워졌다.
bing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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