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국민연금이 어떤 기업에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할지를 구체화한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자의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할 때 자칫 형평성을 잃거나 경영권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없애기 위해서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7월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책임 원칙)를 도입해 투자기업에 대한 제한적 경영 참여의 길을 열어 놓았으나 구체적인 절차와 기준을 공식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국민연기금 운용 관련 최고의결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에 보고한 '국내주식 수탁자책임 활동 가이드라인'에서 적극적 주주권 행사의 기준으로 제시한 것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경영진 일가의 사익편취 행위나 횡령·배임 등 중점관리 안건에 2회 이상 반대의결권을 행사했는데도 개선하지 않을 때 공개서한 발송에서 경영 참여에 해당하는 주주권 행사까지 단계적으로 압박수위를 높여나간다. 또 하나는 내부 경영 관련이 아니라도 사주 갑질, 가습기 살균제 사태 등 기업가치에 영향을 주는 이슈로 예상치 못한 사회적 우려를 낳은 기업에 대해서도 주주권을 행사한다. 국민연금이 경영 사안이 아닌 사회문제로 기업가치를 훼손하거나 주주권익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투자기업에 주주권 행사를 명시적으로 밝힌 것도 처음이다.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는 원초적인 이유는 주주가치와 기금의 장기 수익성을 높이는 것이다. 국민의 노후자금을 맡은 수탁자로서 연금의 주인인 국민들에게 보다 많은 이익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그런 맥락에서 장기 수익성 이외의 목적에 과도하게 치우치면 일각에서 우려하는 경영권 위축이나 연금사회주의 논란에 휩쓸릴 수 있다. 국민연금이 중점안건 관련 주주권 행사 대상 기업을 지분율 5% 이상 또는 보유 비중 1% 이상 기업으로 제한한 것도 무분별한 주주권 행사를 자제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기금운용위가 최근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에 '땅콩 회항'이나 '물컵 갑질' 등 총수 일가의 과도한 일탈 행위로 사회적 물의를 빚은 대한항공·한진칼에 대한 적극적 주주권 행사 여부와 범위를 검토하도록 한 것은 눈길을 끈다.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이후 이사선임 등 경영권 관련 적극적 주주권 행사 검토를 선언한 첫 사례라서다. 기금운용위는 전문위의 검토 결과를 토대로 2월 초까지 주주권 행사 여부와 방식을 확정한다고 한다. 전문가들이 가이드라인을 지키면서 충실히 검토하면 되겠지만 장기 수익성이 판단의 중심이 돼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다른 것이 중심에 놓이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이 정치적 논란으로 변질하기 쉽고, 득보다 실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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