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완화 목소리 커져…업계 대표기구로 위상도 높여야
(서울=연합뉴스) 한혜원 기자 = 저축은행중앙회가 21일 3년 임기의 새 회장을 뽑는다. 새 회장에게 거는 업계 기대가 어느 때보다 높아 이번 선거에 관심이 쏠린다.
저축은행중앙회는 이날 오전 11시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회원사 임시총회를 열고 제18대 회장 선거를 한다.
남영우(65) 전 한국투자저축은행 대표가 기호 1번, 박재식(61) 전 한국증권금융 사장이 기호 2번으로 경쟁한다.
회원사 과반 참석에, 참석 회원사 3분의 2 이상 찬성해야 당선된다.
올해 회장 선출은 치열한 경쟁 양상으로 잡음을 내는 등 이전과 사뭇 다른 분위기로 진행되고 있다.
먼저 내정자를 사실상 정해두고 치르던 이전 선거와 달리 올해는 업계 출신 4명, 관료·유관기관 출신 3명 등 모두 7명이나 후보 신청을 했다.
이번 선거가 '흥행'한 이유로는 비교적 공정한 경쟁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와 업계 이미지 개선이 꼽힌다.
2011년 저축은행 부실 사태 때 업계 분위기가 나락으로 떨어졌지만 최근 고금리 예금상품과 비대면 서비스 확대로 다시 활로를 찾았다.
이런 성장은 중앙회장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배경이기도 하다.
업계로서는 2011년 '원죄'로 강력하게 조여 있는 규제를 하나둘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때 금융당국과 교섭을 주도할 사람이 중앙회장이다.
업계는 은행(0.08%)의 다섯 배(0.4%)인 저축은행 예금보험료를 인하하길 원한다. 또 지역별 영업 제한 완화, 인수·합병(M&A) 규제 완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금융당국에서 대출 최고금리를 더 인하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중앙회가 이익단체로서 이를 방어해야 하는 부담도 있다.
게다가 저축은행중앙회는 회원사가 79개나 되고 회원사 규모가 다양하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서울 대형 저축은행과 지역 저축은행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며 "이들이 처한 상황이 다르기에 중앙회장이 조율해야 할 필요가 커졌다"고 말했다.
올해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의 후보자 면접 과정에서 중앙회장 연봉과 중앙회 지배구조에 관해서도 논란이 일었다.
후보였던 한이헌(75) 전 국회의원이 면접에서 현직 저축은행 대표인 한 회추위원으로부터 연봉 삭감 통보를 받자 강한 유감을 표명하며 사퇴한 것이다.
중앙회장 연봉은 성과급을 포함해 약 5억원이다.
중앙회 관계자는 "저축은행 업계가 불법과 비위 등 부정적 이미지가 있다 보니 이전에는 회장으로 오려는 사람이 없었다"며 "이 때문에 2011년에 연봉을 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앙회장 연봉이 높고 낮음을 떠나 회원사 대표가 중앙회 임직원 연봉을 거론했다는 점 자체도 문제가 됐다.
저축은행중앙회 노조는 한 전 의원 사퇴 직후 성명을 냈다. 노조는 회추위원이 중앙회 임직원 연봉 삭감과 인사 등을 사전에 요구하는 것이 '길들이기'라고 꼬집었다.
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 업계를 대표하는 중앙회가 자율규제 기능을 강화하고 공공성을 높이려면 앞으로 회원사와 대등한 관계의 위상을 만들어야 한다"며 "이번 선거를 계기로 중앙회 투명성도 높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e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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