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충돌 넘어 직권남용 여지도…사회 통념상 일탈"
문화재계 중심으로 '이익충돌 방지' 위반 비판 드세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이 20일 기자회견을 통해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 부동산 집중 매입을 둘러싼 의혹을 해명했지만, 공직자로서의 부적절한 처신이며, 나아가 이해충돌 방지 규정을 위반한 일이라는 목소리가 문화재계를 중심으로 나왔다.
공직자윤리법상 이해충돌 방지 규정에 따르면 공직자는 공익과 충돌되는 사익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 공익과 사익이 뒤섞이면서 공정한 직무수행이 어려워질 여지를 차단하기 위해 만든 규정이다.
손 의원은 "문화재를 지키려는 노력을 투기로 음해한다"고 반발하며 자신의 선의를 부각하려 했다.
하지만 문화재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국회 상임위 소속인 손 의원이 해당 지역 문화재 등록(2018년 8월) 전후에 친인척·지인을 독려해 그들 명의로 사들이게 하거나, 자신이 세운 재단 명의로 지역 부동산을 대거 사들인 일은 이해충돌 방지 규정과 배치된다는 지적이 많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직 문화재청 관료는 20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목포 문화재 보존과 지역 문화 발전을 꾀하고 싶었다면 개인적으로 땅을 사거나, 주변 사람들한테 사라고 독려할 할 것이 아니라, 국회의원으로서 공적·제도적으로 뒷받침했어야 한다"라고 밝혔다.
그는 "손 의원 행동이 설사 선의에서 시작했다고 해서 용납될 일은 아니다"면서 "특히 스물 몇 군데씩이나 본인이 관여하는 재단이 사거나, 주변 사람들한테 사게 한 것은 말이 안 된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관련 공무원이 그런 일을 했다면, 어떻게 됐을지 생각해 보면, 이번 사태가 선의라는 동기에서 재단할 일이 아님이 명백하다"고 덧붙였다.
정철승 변호사는 "아무리 사적으로 취한 이익이 없다거나, 국가나 지역사회에 좋은 결과를 낼 것이라고 해도 의정활동으로 얻은 정보 등이 부동산 구입 결심에 영향을 미쳤다면 이해충돌 방지 규정 위반 여부가 문제 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정 변호사는 이해충돌 방지 위반을 넘어 직권남용 문제를 짚기도 했다.
그는 "이미 부동산을 매입한 상황에서 국회 상임위에서 관련 업무를 하는 공무원을 대상으로 '문화재를 개발해야 한다' 등 발언을 한 것이 있다면 직·간접적으로 자신과 이해관계가 걸린 것을 말한 것이니 직권남용 여부도 봐야 한다"고 밝혔다.
2017년 3월 시작된 손 의원 측의 부동산 매입과 문화재 등록 시점 등을 비교하며 의혹 어린 시선을 보내는 이도 있다.
문화재청에 몸담았던 또 다른 인사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각종 최고급 정보를 최우선으로 접하며 위력이 대단한 단체"라면서 "그런 곳에서 활동하면서 땅을 산 뒤 문화재로 지정됐다고 주장한다면, 그 동기가 아무리 선의였다고 해도 누가 믿어주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익명을 요구한 ○○ 지방자치단체 문화재 담당 공무원은 "사라져 가는 것이 아깝다면 (역사문화유산이 많은) 우리 ○○ 지역 부동산을 사라고 권하고 싶은 심정"이라면서 "하필 목포 땅을 매입한 이후에 문화재로 지정되는 것이 말이 되느냐"라고 말했다.
문화재계 일각에서는 문화예술 분야에서 열심히 활동한 손 의원의 의욕 과다로 인해 벌어진 일이라고 안타까움을 표하기도 했다.
이종철 전 국립민속박물관 관장은 "디자이너와 문화유산 전문가로서 손 의원의 지나친 열정이 빚은 사회 통념상 일탈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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