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제언…"1차회담은 '역사적·상징적', 2차는 구체적·실질적이어야"
"美, 北이 핵 포기해도 안전할 거라는 중장기 비전 제시해야"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오는 2월 말로 2차 북미정상회담이 예정된 가운데, 국내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회담에서 실질적인 '초기' 단계 비핵화 조치와 그에 따른 '상응 조치'가 합의될 것으로 기대했다.
지난해 6·12 1차 정상회담에서 북미가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의 큰 그림을 그렸다면, 이번 2차 정상회담에서는 구체적인 조치를 위한 로드맵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20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1차 정상회담이 역사적·상징적 의미가 있었다면 2차는 구체적·실질적인 성과가 필요하다"면서 "1차 정상회담 이후 비핵화-체제보장 협상에 진도가 나가지 않다 보니 국제사회가 피로감에 젖어 있는데 이를 해소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2차 정상회담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지금부터는 큰 틀의 이행 로드맵의 세부 그림이 나와야 한다"면서 "2차 정상회담에서는 초기 단계 조치와 상응조치까지는 가야 한다"고 말했다.
전봉근 국립외교원 교수도 1차 정상회담 합의문에 담긴 사항들의 달성을 위한 구체적 조치들이 이뤄져야 한다며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평화체제 구축, 비핵화 등 세 목표에 대한 구체적 성과로서 각자 생각하는 등가의 조치를 합의할 수 있다"고 봤다.
전문가들은 구체적으로는 북한이 그동안 앞서 언급한 영변 핵단지와 미사일 생산 시설의 동결 또는 폐쇄와 북미관계 개선, 그리고 그에 따른 남북교류 사업의 진전이 이뤄질 수 있다고 봤다.
고유환 교수는 "핵시설 동결이 합의돼야 할 것이고, 핵 신고는 전면 신고냐 부분 신고냐를 두고 북미 간에 논의를 하고 있을 것"이라며 "미국이 내 놓을 것은 종전선언 또는 다른 형태의 평화체제 관련 초기 조치와 인도적 지원, 제재 완화, 연락사무소 개설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성렬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핵물질 생산 중단, 핵무기와 미사일 제조 중단 등이 가시적으로 이뤄지고 그에 따른 검증도 포함돼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큰 틀에서 완전한 비핵화가 약속돼야 할 것"이라며 "그에 따라 인도적 지원이나 미국인 방북 허용 등이 이뤄지고, 나머지 부분은 한국과 중국을 통해 (상응 조치가) 이뤄지지 않을까 한다"고 전망했다.
양무진 교수는 "합의문에 영변 핵단지와 미사일 생산 공장의 동결을 명시하는 수준의 내용과 북미관계 정상화 실무회담 개최, 한반도 평화체제 관련 양자·다자 회담의 개최 등이 담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와 함께 구체적 조치들에 성과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큰 틀에서 '상황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도 필요하다고 봤다.
조성렬 전 위원은 "다음 단계로 협상이 넘어가려면 북한의 약속이 검증을 통해서 확인되어야 하는 부분이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북한이 실제 핵을 포기해도 안전할 것이라는 중장기 비전을 미국이 제시해야 한다"며 "그런 노력이 같이 가야 이번 협상으로 끝나지 않고 지속적으로 동력이 이어질 수 있다"고 당부했다.
같은 맥락에서 이제 2차 정상회담이 가시권이지만, 지금부터 이후의 지속적 비핵화와 관계개선을 염두에 둔 협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그래야만 한국이나 일본으로서도 북한이 미래핵이나 미국에 위협이 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포기하면서 실질적 핵보유국 지위를 굳히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덜 수 있다는 것이다.
전봉근 교수는 "북한의 핵무장이 지속되면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게 되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이 있는데 2차 북미회담에서 비핵화와 평화체제, 관계개선이 이뤄진다면 조속히 후속 협상을 지속해 (성과가) 지속되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hapy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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