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과학 탐사·인프라 투자·민간 교류 등 활발한 활동
'미국의 호수'로 불렸지만 이젠 중국 영향력 급속히 커져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태평양의 전략적 요충지인 마리아나 제도를 놓고 미국과 중국의 영향력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0일 보도했다.
마리아나 제도는 태평양 북서부 미크로네시아에 자리한 화산섬들로 이뤄진 열도로, 미국 자치령인 북 마리아나제도(CNMI)와 괌 등이 여기에 있다.
'미국의 호수', '호주의 뒷마당' 등으로 불릴 정도로 미국과 그 동맹국인 호주의 영향력이 강한 곳이지만, 최근 중국이 과학, 군사, 교육, 경제 등 각 방면에서 영향력을 급속히 키우고 있다.
SCMP에 따르면 중국 탐사선 '탄쒀(探索) 1호'는 지난해 말 심해 무인잠수정을 동원해 마리아나해구의 7천m 심해를 46일 연속 탐사하는 데 성공했다.
이 무인잠수정은 마그네슘 해수 연료전지를 이용해 1만m 심해까지 탐사할 수 있으며, 이번 심해 탐사 과정을 직접 생중계하기까지 했다.
나아가 중국은 마닐라 해구 인근 심해에 해저 기지 2곳을 건설한 후 해양생물 탐사, 광물자원 채취 등을 통해 데이터를 수집할 계획이다.
이러한 활동은 과학적으로 중요할 뿐 아니라, 중국 잠수함의 기동을 위한 중요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군사적으로도 의미가 크다.
미국은 냉전 시대 이래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막기 위해 일본과 대만, 필리핀에 걸쳐 '제1 열도선', 일본 동부 해상과 괌, 남태평양 섬들에 걸쳐 '제2 열도선'을 설정해 놓고 중국을 봉쇄하고 있다.
만약 중국이 활발한 과학 활동을 통해 마리아나 제도 인근의 심해 정보를 축적한다면, 이 정보들은 중국 잠수함 선단이 제1·2 열도선을 뚫고 태평양에 진출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게 된다.
중국은 막강한 자금력을 갖춘 국영기업을 동원해 이 지역과 활발한 경제협력 활동도 벌이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이 지역에 대한 미국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소홀해졌지만, 중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을 앞세워 이 지역에 대대적인 인프라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민간기업의 관광 투자도 활발한데, 대표적인 사업이 홍콩 억만장자 추이리제가 사이판에 세운 '베스트 선샤인' 호텔·카지노 복합 리조트이다. 이 카지노의 VIP 룸은 세계에서 가장 수익성이 높은 카지노 사업장으로 꼽힌다.
중국과의 민간 교류도 활발해 미크로네시아 연방공화국은 매년 40명의 학생을 중국으로 유학 보내고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수백 명의 '친중파' 엘리트가 이 지역에 생겨날 수 있다는 얘기다.
호주의 중국 전문가인 조너선 프라이크는 "이러한 활동들에 힘입어 마리아나제도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분명히 커지고 있다"며 "중국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이 지역에서의 군사적 존재감"이라고 말했다.ssah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