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의 외로운 리더, 올스타전서 MVP·세리머니상 석권
"팬이 있기에 제가 이 자리에 있죠"
(대전=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꼴찌팀' 한국전력에서 고군분투하며 힘겨운 시즌을 보내고 있는 서재덕(30)이 올스타전에서는 활짝 웃었다.
서재덕은 20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도드람 2018-2019시즌 V리그 올스타전에서 그룹 '퀸'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로 변신하는 퍼포먼스로 남자 세리머니상과 최우수상(MVP)을 석권했다.
올스타전에서 두 상을 싹쓸이한 선수는 2015-2016시즌 문성민(현대캐피탈) 이후 서재덕이 역대 두 번째다.
서재덕은 18개 언론사 투표에서 세리머니상 9표(파다르 8표·전광인 1표), MVP 7표(전광인 6표·파다르 5표)를 받았다.
서재덕은 2016-2017시즌 올스타전 남자부 MVP를 이어 두 번째로 '미스터 올스타'로 뽑혔다.
서재덕이 최고의 별로 떠오른 비결은 '덕큐리' 변신이었다.
서재덕은 앞서 한국배구연맹(KOVO)이 마련한 올스타전 홍보영상 '서재덕미안 랩소디'에서 프레디 머큐리를 패러디해 화제를 일으킨 바 있다.
영상으로 팬들을 웃겼던 서재덕은 올스타전에 팬들이 붙여준 별명 '덕큐리'를 유니폼에 새기고 뛰었다.
서재덕은 올 시즌 극심한 부진에 빠진 한국전력에서 홀로 팀을 이끌다시피하며 팬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시즌 초반에 외국인 선수가 두 명이나 연달아 팀을 이탈해 서재덕은 외국인 선수 역할까지 떠맡게 됐다. 팀이 꼴찌로 추락한 부담스러운 상황에서도 서재덕은 미소를 잃지 않고 팀을 다독이며 리더 역할을 했다.
팬들은 올스타전 팬 투표에서 서재덕에게 남녀 통합 최다 표(8만9천84표)를 몰아주며 응원을 보냈다.
올스타전의 주인공이나 다름없는 서재덕은 화끈한 공연으로 팬들에게 화답했다.
2세트 혼성 경기에서 K스타 소속으로 뛴 서재덕은 서브를 넣을 때 하얀 민소매 상의를 입고 등장했다. 손에는 스탠드 마이크를 쥐고 있었다.
서재덕은 최근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로 유명해진 머큐리의 공연 장면을 패러디했다.
"에∼오"를 외치며 관중의 호응을 유도한 서재덕은 "올라이트(Alright)!" 외마디로 공연을 끝낸 뒤 퀸의 노래 '위 윌 록 유(We will rock you)'에 맞춰 서브를 넣었다.
서재덕이 때린 공은 한국전력 시절 단짝이던 전광인(현대캐피탈)이 받아냈다.
자유계약선수(FA)로 한국전력을 떠나 현대캐피탈로 이적한 전광인은 올스타전에서 V스타 소속으로 상대 코트로 건너가 서재덕과 포옹하는 '상봉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했다.
서재덕은 '스파이크 서브 킹' 이벤트에도 출전, 팬들이 "에∼오" 응원을 보내자 유니폼을 벗어 민소매 셔츠를 드러내 다시 덕큐리로 변신, 시속 114㎞ 강스파이크를 때렸다.
시상식을 마치고 두 딸을 안고 인터뷰실에 들어온 서재덕은 "어떻게든 팬분들께 재밌는 모습을 많이 보여드리려고 왔는데 생각지도 못한 MVP까지 받아 부담스럽기도 하다"며 "팬분들이 주셔서 기분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서재덕은 한국배구연맹(KOVO)의 권유로 덕큐리 공연을 하게 됐다면서 "걱정이 많았는데, 코트에 들어가니까 코트가 편해서 그런지 긴장이 없어지더라. 자연스럽게 나오지 않았나 싶다"며 웃었다.
서재덕의 활약은 '팬 사랑에 보답한다'는 마음에서 우러나온 것이었다.
그는 "서브킹 행사 때 관중석에서 '에∼오' 응원이 나왔다. 개인적으로 닭살이 돋았다. 팬분들이 있어서 내가 이 자리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 5·6라운드가 시작하면 최선을 다해 좋은 경기력으로 보답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서재덕은 다른 선수들도 같은 마음이라면서 "당연히 프로 선수라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자세다. 저도 최선을 다했고, 팬들이 최대한 실망하지 않고 돌아갔으면 하는 마음으로 올스타전에 임했다"고 강조했다.
전광인과 펼친 '옛 정 퍼포먼스'에 대해서는 "광인이가 의견을 제시했는데 좋은 생각인 것 같았다. 오늘 그렇게 하니 광인이에 대한 미련은 접었다"며 활짝 웃었다.
올스타전에는 '깨알 재미' 요소가 곳곳에 숨어 있었다.
대한항공에서 '톰과 제리'의 궁합을 보여주는 정지석과 김규민은 각각 '제리지석', '톰규민' 별명을 얻었다.
이에 맞춰 정지석은 얼굴에 쥐 수염을 그렸고, 김규민은 고양이 귀 모양 머리띠를 하고 나왔고, 득점 후 동반 춤 세리머니도 펼쳤다.
크리스티안 파다르(현대캐피탈)는 1세트 여자부 경기에서 V스타 팀의 감독으로 깜짝 등장, 선수 교체와 작전 타임을 요청하는 등 천연덕스럽게 경기를 지휘해 웃음을 유발했다.
득점한 이재영(흥국생명)과 춤 세리머니도 했다.
팔뚝에 코끼리 문신이 있는 파다르는 2세트 혼성 경기에서는 '코끼리 귀' 머리띠를 하고 나왔다.
공격 득점 후에는 한글로 '파다르'라고 새긴 새로운 문신을 공개했고, 서브 득점 후에는 걸그룹 춤으로 분위기를 달궜다.
리베로 오지영(KGC인삼공사)과 정민수(KB손해보험)는 경기에서 공격 본능을 마음껏 뽐냈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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