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6자회담 때처럼 북미 이견 중재자 역할 기대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종전선언·평화체제 논의 가능성도
(스톡홀름=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이정진 기자 =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진행되고 있는 북미 협상은 여러 면에서 과거와 구별되는 특징들이 있다.
북미 대표단이 2박3일 간 스톡홀름 인근 휴양시설에서 숙식을 함께 하며 집중적으로 협상을 진행한다는 점도 특이하지만, 북미 협상장에 한국 대표단이 함께하고 있다는 점도 대단히 이례적이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과 더불어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20일(현지시간) 스웨덴 측이 스톡홀름 인근 휴양시설인 '하크홀름순트 콘퍼런스'에서 진행하고 있는 국제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국제회의를 계기로 만난 것이지만, 그보다는 북미를 비롯해 한미, 남북 등 다양한 형태의 양자 협의가 회의장 한켠에서 진행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남북미 3자가 함께 자리할 기회도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북미가 비핵화와 체제보장을 주고받는 협상에 본격적으로 들어간 이후 우리까지 포함한 남북미 3자가 회동하는 것은 처음이다.
2000년대 중반 북핵 6자회담에서는 남북미 3자 회동이 종종 열렸지만, 최근들어 북핵 협상판이 북미 양자 중심으로 넘어간 이후로는 3자만 따로 만나는 것은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장면이다.
이는 한반도 화해 분위기를 주도해 온 한국에 대해 미국은 물론 북한의 전폭적인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하다는 평가다.
외교가에서는 이번에 남북미 3자 회동이 성사됐다면 과거 6자회담 때 한국이 했었던 중재 역할을 재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당시 한국은 북한과 미국의 의견이 팽팽히 맞설 때면 양측과 함께 별도의 3자 협의를 진행해 이견을 좁히려 노력했고 성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았다.
이번에도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이에 따라 미국이 제공할 상응조치를 놓고 양측 간 이견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짐에 따라 한국의 중재 노력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과 미국이 협상 테이블에 한국을 들인 것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다.
북미는 지난해 6월 첫 정상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와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에 대해 큰 틀의 합의를 이룬 이후 이를 어떻게 현실화할지 논의를 진행해 왔지만 아직까지 접점을 찾았다는 신호는 감지되지 않고 있다.
북한은 동창리 미사일발사장 폐쇄는 물론 미국의 상응조치에 따라 영변 핵시설도 폐기할 수 있다고 밝히며 종전선언과 제재완화 등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미국은 인도지원과 연락사무소 개설 등 제재와 관계없는 사안들은 검토가 가능하지만 제재해제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고수해온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최근에는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도 '카드'로 내놓을 가능성이 있고, 이에 대한 대가로 미국이 개성공단이나 금강산관광을 제재 예외로 인정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국은 양측이 내놓은 카드를 다양한 형태로 조합하며 일정한 합의에 이를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설득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개성공단 및 금강산관광은 우리와의 협의가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논의 테이블에 올라왔을지 관심이다.
또한 종전선언과 평화체제에 대한 논의도 남북미 3자가 중심이 돼 진행돼야 한다는 점에서 이번 기회에 보다 효율적인 협의가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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