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연합뉴스) 민영규 특파원 =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대표팀이 20일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요르단을 꺾고 8강에 진출하자 베트남이 다시 열광했다.
이날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알 막툼 스타디움에서 경기가 펼쳐졌고, 승리에 대해 기대감이 크지 않았기 때문에 현지에서는 대규모 단체 야외 응원전이 펼쳐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경기를 볼 수 있는 TV나 대형 스크린을 설치한 식당과 주점, 카페 등지에 팬들이 대거 몰려 박항서호의 선전을 기원했다.
식당 등에서 설치한 스피커를 통해 경기 진행 상황이 온 동네에 전해졌다.
전반을 0-1로 뒤진 채 마쳤을 때까지만 해도 응원열기는 그다지 뜨겁지 않았다.
후반 6분 스트라이커 응우옌 꽁푸엉이 동점 골을 뽑아내는 순간부터 베트남 전역이 거대한 응원장으로 변하는 듯했다.
부부젤라 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베트남, 꼬렌(파이팅)'을 외치는 목소리는 점차 커져만 갔다.
연장전까지 무승부를 기록한 뒤 승부차기가 시작된 후 베트남 축구대표팀이 득점할 때는 거대한 환호성으로 인해 건물에 진동이 느껴질 정도였다.
요르단 선수가 실축하거나 베트남 골키퍼 당반람이 슈팅을 막아냈을 때도 벌떡 일어나 서로 얼싸안으며 기쁨을 나눴다.
베트남 마지막 키커가 득점에 성공하며 8강 진출을 확정 짓자 축구 팬들은 일제히 기립해 박수를 보냈고, "박항세오"(박항서의 베트남식 발음)를 외치기도 했다.
일부는 기쁨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경기가 끝난 후 하노이와 호찌민 등 대도시 주요 도로는 승리를 자축하는 축구 팬들의 오토바이가 점령했다.
베트남 국기를 들거나 오토바이에 매달고 거리를 달리면서 "베트남, 찌엔탕(승리)"을 연호하며 행인들과 기쁨을 함께했다. 부부젤라와 냄비 등으로 요란한 소리를 내며 도로 곳곳을 누비는 '디 바오'(폭풍처럼 간다는 뜻)'를 다시 재현한 것이다.
박항서호가 아세안축구연맹 스즈키컵에서 10년 만에 우승한 지 한달여 만이다.
소셜미디어에는 박 감독을 응원하는 글이 쇄도했다.
한 네티즌은 "베트남은 박항서 감독님을 사랑한다"면서 "오늘날의 베트남 축구대표팀이 있게 해주신 박 감독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는 글을 올렸다.
다른 누리꾼은 "나의 위대한 영웅이 베트남에 새로운 역사를 만들었다"고 극찬했다.
8강 진출한 '박항서 매직' 어디까지 / 연합뉴스 (Yonhapnews)
현지 매체들도 박항서호의 8강 진출 소식을 앞다퉈 보도했다.
베트남은 2007년 대회 때도 8강에 진출한 경험이 있지만, 당시는 16개국 체제여서 조별리그만 통과하면 됐기 때문에 이번에 달성한 '박항서 매직'과는 차원이 다르다.
2017년 10월 베트남 축구대표팀과 23세 이하(U-23) 대표팀 사령탑을 동시에 맡은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 축구 역사를 계속해서 다시 쓰고 있다.
작년 초 AFC U-23 챔피언십에서 사상 처음으로 준우승 신화를 만들었다. 이어 지난해 9월 초 끝난 아시안게임에서 베트남 대표팀은 또 사상 최초로 4강에 진출했다.
특히 지난해 12월에는 아세안축구연맹 스즈키컵에서 10년 만에 우승컵을 들어 올려 베트남 국민을 열광시켰다.
새해 들어서도 이어지고 있는 박항서 매직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관심사다.
youngky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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