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송금·이체된 돈과 같은 이치"…'무죄 선고' 2심 다시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사기범에게 빌려준 통장에 입금된 사기피해금을 몰래 인출해 사용했다면 통장에 잘못 송금된 돈을 무단사용한 것과 같이 횡령죄로 처벌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횡령 혐의 등으로 기소된 여 모(64)씨의 상고심에서 횡령죄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유죄 취지로 서울북부지법 형사항소부에 돌려보냈다고 22일 밝혔다.
재판부는 "통장 명의인이 잘못 송금·이체한 돈을 보관하지 않고 영득할 의사로 인출하면 횡령죄가 성립한다"며 "이러한 법리는 명의인이 개설한 통장이 전기통신금융사기에 이용돼 피해자가 사기피해금을 송금·이체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판단했다.
여씨는 2016년 8월 사기범에게 빌려준 통장에 입금된 120만원 중 119만5천원을 인출해 사무실 임대료와 팩스요금 등으로 사용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또 2016년 11월 면허도 없이 화물차를 운전하다 횡단보도를 건너는 행인을 치어 전치 6주의 부상을 입힌 혐의(교통사고처리특례법·도로교통법 위반)도 받았다.
1심은 여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여씨와 사기피해자들 사이에는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는 신임에 의한 위탁관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횡령혐의를 무죄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사기피해금도 잘못 송금·이체된 돈에 해당한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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