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레이더탐지음 공개에 軍 "실체 모를 기계음"…한일 '평행선'

입력 2019-01-21 19:11   수정 2019-01-21 19:44

日레이더탐지음 공개에 軍 "실체 모를 기계음"…한일 '평행선'
"탐지일시·방위각·전자파 특성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 제시해야"
국과硏 전문가 "日 공개 탐지음은 가공된 기계음…일반적 RWR음과도 달라"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한일간 레이더 조사(照射·비춤) 및 저공 위협비행 갈등과 관련, 일본 방위성이 21일 공개한 '화기관제 레이더 탐지음'에 대해 우리 군 당국이 실체를 알 수 없는 기계음으로 평가절하하고 유감을 표함에 따라 한일 양국의 입장이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일본은 이날 방위성 홈페이지를 통해 '화기관제용 레이더 탐지음'과 '수색용 레이더 탐지음' 등 2개의 음성 파일을 공개했다. 특히 화기관제 레이더 탐지음은 객관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일본의 일방적인 억지 주장에 불과하다고 우리 군은 설명했다.
이에 우리 국방부는 양국 전문가가 참여한 가운데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검증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 日, 18초간 "삐삐삐~" 강한 '탐지음' 공개…韓 "실체를 알 수 없는 기계음"
일본이 이날 공개한 화기관제 레이더 탐지음은 귀에 거슬리는 강한 쇳소리 같이 "삐삐삐삐~"라고 들린다. 18초 분량으로 강한 기계음이 나온다. 수색용 레이더 탐지음은 1초 간격으로 "삐~삐~삐~"라는 소리가 나온다. 21초 분량을 공개했다.
방위성은 이 음성파일과 함께 참고자료를 통해 "전문 부대에서 해상자위대 P-1 초계기에 조사(비춤)된 레이더파의 주파수, 강도, 수신 파형 등을 면밀히 분석했다"면서 "이번 P-1 초계기에 조사된 레이더 전파는 화기관제 레이더 특유의 성질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난 14일 (싱가포르) 실무회의에서 상호주의에 따라 탐지된 레이더파의 데이터와 레이더 전파를 소리로 변환한 데이터 등의 증거와 한국 구축함의 화기관제 레이더의 성능과 같은 레이더 사용 기록을 공동 검증하자고 제안했지만 받아들여 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방위성의 이런 주장은 그간 해왔던 것과 차이가 없다. 일본은 지난달 20일 우리 구축함 광개토대왕함이 조난 선박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탐색레이더를 가동한 것과 관련해 화기관제(사격통제) 레이더(STIR-180)를 자국 P-1 초계기에 쐈다고 주장해왔다.
지난달 28일에는 동영상까지 만들어 공개하고 국제적으로 여론화를 시도해온 일본은 사태 발생 32일째인 이날 다시 일방적인 주장을 펼쳤다.
이에 우리 국방부는 일본이 일방적으로 탐지음만 공개하고 관련 데이터를 세부적으로 제시하지 않은 채 협의 중단을 밝힌 데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 "초계기 탐지 시각·방위각·주파수특성 상세 공개해야…공동 전문가 검증필요"
우리 국방부는 일본 방위성이 이날 '레이더 탐지음'이라는 것을 공개하자 이 소리가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일본이 공개한 '탐지음'을 들어본 국방과학연구소(ADD)의 한 레이더 전문가는 기자들과 만나 "일본이 공개한 탐지음은 기계음으로 가공된 것"이라며 "일반적인 RWR(레이더 경보 수신기)의 음과도 다르다. 가공된 것으로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달 20일) 당시 해상에서 다양한 레이더가 운용되고 있어서 일본이 접촉한 전자파음이 추적레이더(STIR-180) 음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당시 (광개토대왕함의) 화기관제(사격통제) 레이더음이라고 확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다만, ADD 전문가는 "일본이 공개한 수색용 레이더 탐지음은 일반적인 수색용 레이더음이 맞다"고 설명했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도 "일측이 제시한 전자파 접촉음은 우리가 요구한 탐지일시, 방위각, 전자파의 특성 등을 전혀 확인할 수 없으며 실체를 알 수 없는 기계음"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국방부는 일본의 레이더 탐지음 공개 방침이 알려진 지난 19일에도 공식 입장을 통해 일본이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탐지음은 "부정확한 경고(탐지)음"이라며 상세한 데이터 제시를 요구한 바 있다.
당시 국방부는 "부정확한 경고음을 공개해 위협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것은 국제사회에 잘못된 인식을 줄 수 있으므로 일시, 방위, 주파수 특성 등 정확한 정보를 공개해야 할 것"이라며 "일본은 부적절한 여론전을 펼칠 것이 아니라 정확한 증거를 제시하고 양국 전문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검증을 받으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군사 전문가들도 일본이 자국 초계기에 녹음됐다는 경고음을 제시하려면 이 경고음이 광개토대왕함의 STIR-180에서 나온 것인지를 알 수 있는 녹음 일시, 방위각, 주파수 특성 데이터가 함께 제시돼야 한다고 설명해왔다.
일본이 자국 P-1 초계기가 녹음했다고 주장하며 공개한 탐지음은 초계기에 장착된 레이더 경보 수신기(RWR)에 녹음된 것으로 보인다.
RWR은 위협 레이더 신호를 포착해 이 신호가 공격용인지, 탐지용인지 등의 정보를 조종사에게 제시해주는 장비이다. RWR은 추적레이더 뿐 아니라 탐색레이더에도 반응한다.

광개토대왕함은 2차원 장거리 탐색 대공레이더(AN/SPS-49)와, 3차원 대함·대공 레이더(MW-08), STIR-180 레이더 등을 갖추고 있다. 이 가운데 MW-08은 대공 모드와 추적·유도 모드 겸용이다. STIR-180은 파장의 세기가 크고 긴 레이더 전자파를 쏴 표적을 추적한다.
우리 군은 당시 STIR-180은 운용하지 않았고, 나머지 두 레이더는 대공모드로 가동했다는 주장을 일관되게 펼쳐왔다.
당시 광개토대왕함과 함께 북한 어선 구조 활동을 하던 우리 해경정도 레이더를 가동 중이었다. 우리 해경정은 켈빈 레이더를 탐색 및 사격통제 겸용으로 쓰고 있다. 이런 점 때문에 일본 측이 한국 해경정이 가동한 레이더를 광개토대왕함의 사격통제용 레이더로 오인한 것 아니냐는 관측마저 제기됐다.
군의 한 전문가는 "레이더 경보음 자체만으로는 증거가 될 수 없다"면서 "실제로 경보음이 울렸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STIR-180의 전자파인지, MW-08(3차원 대함·대공 레이더) 추적·유도 모드의 전자파인지에 대한 확실한 증거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한일 양국 전문가가 참여한 가운데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검증에 응할 것을 거듭 요구했다.
three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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