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통령, 北美담판 앞두고 역할론 역설…북미간 적극중재 예고

입력 2019-01-21 19:15   수정 2019-01-21 19:20

문대통령, 北美담판 앞두고 역할론 역설…북미간 적극중재 예고
1차 회담 당시 美 '회담취소 선언' 사례 등 반복 않겠다는 의지인 듯
스톡홀름 북미 실무협상서 이도훈 등 한국 대표단 역할 주목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북한과 미국이 2차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협상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회담의 성공을 위해 적극적인 중재 역할을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반도에 평화체제를 정착시킬 역사적 기회가 찾아온 만큼 이를 반드시 성공시켜 비핵화를 완성하고 남북 협력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는 강한 의지로 읽힌다.
문 대통령은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을 두고 "우리는 이 기회를 무조건 살리고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흔들리지 않는 평화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구경꾼이 아니다"라며 "(북미정상회담이) 끝까지 잘 되게끔 만드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언급의 배경에 우여곡절이 많았던 1차 북미정상회담의 준비 과정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깔린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1차 북미정상회담을 한 달 앞둔 지난해 5월 1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6월 12일에 싱가포르에서 회담을 열기로 했다고 발표할 때만 해도 북미 관계는 순항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일방적인 핵 포기만 강요하지 말라'는 북한과 선(先) 핵 폐기를 강조하는 미국의 입장이 맞서며 양측은 날 선 공방을 벌였다. 결국 백악관은 전격적으로 '회담 취소'를 선언했다.

문 대통령은 5월 26일, 판문점 북쪽 통일각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 다시 한번 꼬인 실타래를 풀었고,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며 회담은 극적으로 성사됐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1953년 휴전 이후 66년 만에 찾아온 기회인 2차 북미정상회담을 성공으로 이끌어야 하는 만큼 이런 전례를 반면교사로 삼아 초기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북미 사이에 개입해 위기 요소를 없애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뿐만 아니라 2차 회담에서 거스를 수 없을 만큼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프로세스에 진도를 내는 성과도 도출해 내는 데도 적극적인 중재 역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가 지난 19일 기자들과 만나 "1차 회담이 상징적 성격이 강했다면 2차 회담은 구체적·실질적 회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문 대통령의 '역할론'과 맞물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이끄는 한국 대표단이 북한, 미국 측과 함께 스톡홀름에 머물며 2차 회담 준비를 위한 협상에 동참하고 있는 점은 특히 주목된다.
북미 대표단이 19일(현지시간)부터 2박 3일간 휴양시설에서 숙식을 함께하며 집중적으로 협상을 진행한다는 점도 특이하지만, 북미 협상장에 한국 대표단이 함께한다는 점도 대단히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다.
명목상으로는 휴양시설인 '하크홀름순트 콘퍼런스'에서 스웨덴 측이 진행하는 국제회의에 남북미 대표단이 참석하는 것이지만 북미를 비롯해 한미, 남북 등 다양한 형태의 양자 협의가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울러, 한국 대표단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미국이 제공할 상응 조치를 둘러싼 이견이 회담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양측의 견해차를 좁히는 데 공을 들였을 것으로 관측된다.
kj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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