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협상 美조야 '회의론' 또 고개…삭간몰 이어 이번엔 신오리

입력 2019-01-22 05:05  

북미협상 美조야 '회의론' 또 고개…삭간몰 이어 이번엔 신오리
CSIS, 北 신오리 미사일기지 보고서…국내 언론에 언급된 곳
北비핵화 의지 불신-트럼프 협상전략 의구심 제기 보도도 지속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2차 북미 정상회담 국면에서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과 이번 핵 담판 전망에 대한 미국내 회의론이 또 고개를 들고 있다.
북한이 실제로는 체제보장의 '안전판'인 핵을 포기할 의지가 없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스타일상 자칫 얻는 것 없이 양보만 하게 될 수 있다는 의구심이 미 싱크탱크와 현지 언론에서 나오는 것이다.
21일(현지시간)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산하 한반도 전문 포털 '분단을 넘어'(Beyond Parallel)의 북한 신오리 미사일 운용기지에 대한 보고서와 이를 다룬 NBC방송의 보도는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미묘한 시점에 나왔다.
보고서에 따르면 평안북도 운전군에 위치한 신오리 미사일 운용기지는 북한의 전략 미사일 벨트 지대에 자리 잡고 있다. 평양으로부터 북서쪽으로 77㎞, 비무장지대(DMZ)로부터 북쪽을 212㎞, 서울로부터 북서 쪽으로 270㎞ 각각 떨어져 있다.
CSIS는 "북한은 신오리 미사일 기지에 대해 대외적으로 언급한 일이 없고, 미국과 북한 간 비핵과 협상의 주제로도 다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의 미사일 운용기지들은 완전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위해 공개되고 검증 및 해체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NBC방송은 "김정은 정권은 이곳의 존재를 인정한 적이 없고, 이러한 기지 문제가 비핵화 협상에 포함된다는 징후가 없다"며 '비밀 탄도미사일 기지'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이 기지는 앞서 국내 언론에도 언급되는 등 이번에 새롭게 드러난 곳은 아니다.
지난해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은폐 의혹은 '산음동 공장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제조', '영저동 미사일 기지 확장', '핵·미사일 대량생산 전환' 등 미국 언론 등을 통해 꾸준히 제기되는 패턴이 이어져왔다.
CSIS도 뉴욕 북미 고위급 회담이 무산된 직후인 지난해 11월 12일 "북한 당국에 의해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약 20곳의 '미공개 미사일 기지' 중 13곳을 확인했다"며 삭간몰 미사일 기지를 소개했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트위터를 통해 "충분히 인지한 내용이며, 새로운 것은 없다"면서 뉴욕타임스(NYT)가 CSIS 보고서를 인용해 '북한이 큰 속임수를 쓰고 있다'는 식으로 보도한 것에 대해서도 "가짜뉴스"라고 반박한 바 있다.
이번 신오리 미사일 기지 공개를 놓고 일각에서는 '삭간몰 파동' 데자뷔가 연상된다는 말도 나온다.
NBC 방송은 현재 진행 중인 협상 상황에 대해 보고를 받았다는 한 전직 미국 고위 관리를 인용, 미 행정부 관리들과 미국의 역내 동맹들이 트럼프 대통령이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으로부터 많은 걸 얻어내지 못한 채 많은 걸 내줄까 봐 불안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통화하고 나서 시리아 철군을 전격 발표한 이래 이러한 우려가 더 고조됐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제재 완화, 연락사무소 설치, 종전선언 등에 합의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가운데 북한 관리들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에게 제재 완화를 원하지만, 종전선언은 그다지 우선순위가 아니라고 말했다고 NBC방송은 전했다.
특히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단독 회담에서 정확히 무슨 말을 했는지 통역 이외에 아무도 모른다는 점이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이 방송은 보도했다. 북한이 협상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 말'이라고 들먹이며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전직 고위 관리는 북한이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원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일대일 대화라며 "그들(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이 '봉'(잘 속아 넘어가는 사람·easy mark)이라는 걸 알고 있다. 이건 '지도자 게임'이다. 많은 사람이 걱정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라고 NBC방송에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에서 북한이 비핵화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을 찾지 못했다"며 협상이 계속 굴러가도록 하기 위해 내키지는 않지만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열기로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미 간 방위비 분담금 협의가 진통을 겪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철수 카드에 다시 한번 기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고 NBC방송은 전했다.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의 정 박(한국명 박정현) 한국 석좌도 NBC방송에 "정부 안팎의 전문가들은 다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준비가 돼 있다고 믿지 않는다"며 "긴장은 완화됐지만, 북한의 위협은 줄지 않았다"고 말했다.
NBC방송은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의 탄도미사일 개발 및 활동이 2018년을 거쳐 2019년까지 지속돼 오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으며, ICBM 발사는 지난해 중단됐지만, 개발은 중단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도 전날 '또 한번의 북미 정상회담을 허비하지 말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번보다 훨씬 더 주도면밀하게 준비해야 할 것"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로 홍보할 수 있는 어떤 합의에든 동의할 위험성이 더 높아졌고, 이와 관련해 대통령이 주한 미군 철수와 북한에 대한 대륙간 탄도 미사일 금지 조처를 맞바꿀 수 있다는 우려가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된다고 전했다.
미 싱크탱크 및 현지 언론들의 회의적 기류는 '거래의 달인'으로서 김 위원장을 설득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이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미 주류사회의 불신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일각에서는 북한과 트럼프 행정부 양측을 압박, 미국의 협상력을 높이려는 측면이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방미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백악관에서 만난 다음 날인 19일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많은 진전을 이뤘다. 일이 아주 잘 진행되고 있다"고 거듭 강조하면서 "엄청난 진전을 이뤄왔지만 유감스럽게도 보도되지 않아 왔다"고 비난했다.
이튿날 트위터에서도 "언론은 우리가 북한과 엄청난 진전을 이뤘는데도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hanks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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