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 워싱턴행 기점 대미 메시지도 없어…"북미 간 큰 이견 없는 듯"
(서울=연합뉴스) 정빛나 기자 = 북미가 고위급회담과 실무협상을 연쇄적으로 열어 내달 말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 준비를 본격화한 가운데 북한 매체들이 이 사실을 언제쯤 공식 발표할지 관심이 쏠린다.
조선중앙통신, 노동신문, 조선중앙TV 등 북한의 공식 매체들은 22일 오전 현재까지 '2월 말'로 윤곽이 나온 북미정상회담과 관련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은 이날 북미협상과 관련한 언급 없이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목표 달성과 '국가제일주의' 등을 강조하는 대내 메시지로 지면을 채웠다.
북한 매체들은 앞서 북미고위급회담 참석을 위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의 방미 사실은 물론 최선희 외무성 부상의 스웨덴 방문에 대해서도 함구하고 있다.
특히 김 부위원장이 워싱턴DC로 출국한 지난 17일까지만 하더라도 미국을 향해 '실천적 행동'에 나서라며 연일 촉구했지만, 북미 고위급회담이 개시된 18일을 기점으로 대미 메시지를 게재하지 않고 있다.
대신 남측 당국을 향해 '외세와의 합동군사연습과 전쟁장비 반입 중단'과 금강산관광 및 개성공단 재개를 촉구하며 우회적으로 미국에 대한 '장외공세'를 하는 데 그쳤다.
북한은 통상 협상이 진행 중인 동안에는 이를 공식 발표하지 않고, 협상에 불만이 생겼을 때 판을 깨기 위한 '충격 요법'의 일환으로 강경한 대외 메시지를 발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6·12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한 달 정도 앞둔 시점에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 미국의 핵협상 방식에 반발한 데 이어 같은 달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담화를 통해 '미국이 계속 무례하게 나오면 북미정상회담 재고려 문제를 지도부에 제기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것이 대표적 사례다.
그러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선희 부상의 발언을 문제 삼아 회담 취소를 전격적으로 발표했고, 북한은 재차 김계관 제1부상의 담화를 통해 대화를 지속하겠다는 '공손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또 작년 7월에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 직후 외무성이 담화를 통해 회담 결과를 발표하면서 미국 측의 태도에 유감을 표시하고 단계적이고 동시행동원칙에 따른 비핵화의 실현을 강조했다.
회담이 꼬일 때마다 회담 내용을 공개해 자신들의 입장을 선명하게 밝히고 상대를 압박하는 것이 북측의 회담 전술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 때문에 북한 매체들이 내내 침묵을 지키는 것은 오히려 협상이 비교적 순항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김영철 부위원장을 만난 이후 20일(현지시간) 트위터에 글을 올려 "이번 주에 (북한) 최고 대표자들과 아주 훌륭한 만남을 가졌다"며 "2월 말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만나길 고대한다"며 기대감을 피력한 것 역시 이런 해석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북한으로서는 이번 2차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상응 조치'에 대한 구체적인 약속을 받아내야 하는 만큼, 이를 섣불리 언급하기보다는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 북측 인사들을 만난 미 관료들이 부정적인 이야기를 전혀 하지 않는 점을 고려하면 북한의 침묵을 불만이 있거나 이견이 있기 때문이라고 보는 건 무리"라며 "김영철·최선희가 복귀하고 내부적으로 정리가 끝나면 조만간 북한도 주민들에게 요약된 형태로 설명을 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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