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 2011년래 현금비중 첫 증가…"불안정한 증시 더 압박"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금융시장 투자자들이 세계 금융위기 후 최대 규모로 현금성 자산 비중을 늘리면서 작년 말의 혼란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증시에 새로운 압박이 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현지시간) 금융정보업체 리퍼 자료를 인용해 머니마켓펀드(MMF) 자산이 지난해 4분기 1천906억 달러(약 215조원) 불어나 분기 기준으로 2008년 4분기(4천245억 달러) 이후 최대 순 유입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이달 들어서도 지난 17일까지 20억 달러 넘는 자금이 MMF에 추가됐다.
초단기 금융상품인 MMF는 간편하고 빠르게 현금화할 수 있어 현금 흐름을 보여주는 지표로 사용된다. 한국은행도 통화지표 중 M2(광의통화)에 MMF를 포함해 시중 유동성을 집계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에 따라 대형은행 골드만삭스의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현금 비중이 2011년 이후 처음으로 높아졌다.
현재 현금 비중은 13%로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이었던 지난해 12%보다 상승한 반면, 주식 비중은 41%로 지난해 10월 45%보다 하락했다.
골드만이 1952년부터 추적한 자료에 따르면 현금 배분이 늘어날 때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하락세를 보였다.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4분기와 2009년 1분기에는 현금 비중이 증가세였고 증시가 본격적으로 회복세를 보인 2010년 1분기에는 현금 비중이 줄었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주식시장은 지난해 말 급격한 주가 급락세를 겪었다가 올 초 다소 회복하는 모습이다. 투자자들은 지난해 4분기 주식형 펀드에서 1천억 달러 가까이 빼냈다가 이달 들어 40억 달러를 넣었다.
그러나 유럽과 아시아 성장 둔화와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 미·중 무역 전쟁, 미국 기업 이익 증가 둔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통화정책 불확실성 등 증시의 악재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시장 불안은 여전하다.
투자자들이 현금 보유를 꾸준히 늘리는 것도 경기를 우려하기 때문일 수 있다.
골드만 자료에 따르면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현금 비중은 불황에 앞서 12∼15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변동성이 커진 증시에서 잠시 피하려는 단기적인 움직임일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현금의 수익성이 이전보다 높아진 만큼 주식과 경쟁 구도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고액 예치금에 2.3% 이자를 주기로 한 자산운용사 패그나토카프의 폴 패그나토 창업자는 "이런 식으로 한 적이 없지만 수요를 인지하고 있다"며 "현금은 실질적인 자산군"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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