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려야 제맛인데"…대관령 황태덕장 품질저하 우려에 '한숨'
축제장 근처 흙먼지 폴폴…눈꽃 기대한 등산객들 '실망'
(강릉=연합뉴스) 이해용 양지웅 기자 = 올겨울 강원 동해안에 눈 소식이 잠잠해 설국(雪國)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황량하다.
선자령∼대관령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은 흰 겨울옷을 벗은 채 바짝 마른 흙먼지를 날리고, 고랭지 배추밭은 황톳빛 속살을 그대로 드러낸 모습이다.
23일 선자령을 따라 백두대간을 오르던 등산객은 눈 쌓인 기막힌 눈꽃 산행을 기대했지만, 능선 굽이굽이 헐벗은 모습에 기가 찰 노릇이다.
겨울 정취라고는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눈 구경하기가 힘들어 '여기가 설원의 고장이 맞나' 의아해할 정도다.
거센 눈을 견디며 맛을 더해가야 하는 황태덕장도 더딘 눈 소식에 근심이다.
대관령에서 20년 넘게 덕장을 운영하는 최모(61)씨는 "겨우내 눈과 찬바람을 맞으며 얼고 녹기를 반복하면서 황태 맛이 깊어지는데 이렇게 눈이 내리지 않고 건조한 날씨면 품질이 떨어질 수 있다"며 걱정했다.
지난 주말 문을 연 대관령눈꽃축제장도 설국 분위기를 제대로 풍기지 못하고 있다.
눈 조각 공원과 눈썰매장 등 축제장은 인공 눈을 대규모로 투입해 겨울 느낌을 물씬 뽐내지만, 행사장을 벗어나면 흙먼지가 폴폴 풍기는 까닭이다.
대관령 일원의 목장도 누런색으로, 하얀 눈이 쌓여 이국의 정취를 뽐내던 예년의 겨울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대관령을 비롯한 강릉 등 동해안에 이번 겨울 눈이 거의 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강원지방기상청에 따르면 북강릉은 지난 12월 이후 22일까지 50여일 동안 기록된 신적설은 아예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적설량을 기록할 정도의 눈이 내리지 않은 탓이다.
강릉 사람들은 눈이 5㎝ 정도 오면 '대관령에 눈이 날리는 가 보다'라며 시큰둥하게 반응한다.
눈이 워낙 많이 내리는 고장이기 때문에 그 정도는 눈도 아니라는 생각이다.
10㎝에도 '뭐야, 눈이 오다 말았잖아', 30㎝ 정도가 와도 '올라면 오고 말라면 말든가'라고 답한다.
이 정도에도 체인 없이 차량 운행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 눈의 고장에서 눈을 찾아보기 어려운 겨울이 됐다.
강원지방기상청 관계자는 "올겨울 영서지역에는 날리는 수준의 눈이 내렸지만, 영동은 눈 소식이 거의 없다"며 "다만 25일 오후부터 26일 사이에 강릉에 눈이 올 것으로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동해안 날씨가 변동이 많아 확언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눈 없이 메마른 겨울이 이어지면서 강원도와 동해안 각 시·군은 산불 예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영동지역 산불 진화 헬기는 기존 4대에서 7대로 늘어나 강릉, 속초, 고성, 삼척 등 4곳에 전진 배치했다.
또 다음 달 배치 예정이던 산불 감시원과 진화대, 국유림 공동진화대 등 1천여 명을 조기에 투입했다.
강원도 관계자는 "헬기 2대와 진화 인력 900여 명을 다음 달 초까지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yangd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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