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은행원 철학자'가 말하는 기쁨의 책읽기

입력 2019-01-22 17:08  

'중년의 은행원 철학자'가 말하는 기쁨의 책읽기
강민혁씨 철학책 서평집 '자기배려의 책읽기' 출간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평범한 중년 은행원인 강민혁 씨는 11년 전 술과 담배에 찌든 삶을 벗어나 책으로 가득 찬 새로운 세계에 들어섰다.
그는 2014년 연구 공동체 '수유+너머'와 '감이당' 대중지성 프로그램을 통해 사유한 결과를 모은 책 '자기배려의 인문학'(북드라망)으로 화제를 모았다.
5년 만에 같은 출판사에서 내놓은 신간 '자기배려의 책읽기'는 철학책 원전을 읽고 숙고하면서 쓴 서평 41편을 모은 것이다.
저자가 살핀 책들은 니체·푸코·들뢰즈 등 서양 현대철학과 소크라테스·플라톤 등 고대 그리스철학, 공자·맹자·주자의 유학, 불교, 도가, 성서 등 동서고금을 망라한다.
저자는 "(죽은) 철학자들은 철학책의 언어를 타고 끊임없이 우리들과 대화를 한다"라면서 "철학책은 다른 어떤 책보다도 그러한 교류가 엄청난 강렬도로 이뤄지는 장이며, 그 속에서 나와 철학자들은 서로 온갖 아름다움을 선사한다"고 고백했다.
그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은 책과 접속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그 과정에서 벌어진 갖가지 사건을 자신만의 언어로 기록하는 과정을 통해 매 순간 쾌락을 느꼈다. 그러한 맥락에서 '자기배려의 책읽기'는 '기쁨의 책읽기'라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책은 800쪽으로 꽤 묵직하지만, '은행원 철학자' 언어는 난해하지 않아 부담이 적다.
일상에 치여 철학책은커녕, 가벼운 활자도 소화할 틈이 없다고 말하는 이들에게 저자 인터뷰는 따끔하다.
"제가 읽은 것들과 쓴 것들은 거의 모두 버스에서, 지하철에서, 그리고 출근 전 자투리 시간에 저의 모든 전투력을 쏟아서 나온 것들입니다. 아주 보잘것없는 것들도 제 모든 것을 걸고 획득한 것들입니다."
2만8천 원.
air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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