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목포, 외부 투기자들 투전판 돼선 안 돼"
일부 주민 "오후 6시만 넘어도 불 꺼지는 곳…손혜원 동상이라도 세워야"
(목포=연합뉴스) 이슬기 기자 =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자유한국당 원내지도부는 22일 오후 무소속 손혜원 의원 측이 부동산을 집중적으로 사들인 것으로 알려진 전남 목포시 대의동 골목 일대를 찾았다.
나 원내대표 등 지도부는 손 의원 조카 등이 매입한 게스트하우스 '창성장'을 시작으로 5·18 사적지인 옛 동아약국 터까지 골목에 빼곡히 자리 잡은 건물들을 둘러봤다.
나 원내대표는 창성장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목포의 문화복원과 도심 재생사업이 외부에서 온 투기자들의 이익으로 돌아가는 투전판이 돼선 안 된다"며 "그동안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내용을 파악해보겠다"고 말했다.
특히 손 의원을 겨냥해 "보통 오얏나무 밑에서는 갓을 고쳐매지 말라고 하는데, (손 의원은) 오얏나무 밑에서 나무까지 모두 가져가려고 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나 원내대표 등은 낡은 건물들 중간중간 리모델링 된 건물들까지 살펴보며 지역 주민들로부터 설명을 듣기도 했다.
리모델링 된 건물 중 손 의원 조카 손소영씨가 운영하는 카페도 눈에 띄었다. 주변의 허름한 건물들과 달리 통유리로 말끔히 꾸민 카페 외벽에는 손 의원 지지자들이 남긴 포스트잇이 붙어 있었다.
이날 대의동 골목에는 인근 주민 50여명과 취재진이 몰려 비좁은 골목을 가득 메웠다.
일부 주민들은 '한국당 의원들이 방문한다'는 소식에 "왜 오는 거냐"며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주민 정형운(70)씨는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오후 6시만 넘어도 이 골목은 불이 다 꺼지고 사람 한 명 찾지 않는다"며 "여기서 건물을 여러 채 샀다고 해도 서울 아파트 한 채 값도 안 되는데 손혜원 동상이라도 세워야 하는 것 아니냐. 정치권에서 청문회까지 해서 목포가 계속 주목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골목 양쪽에는 1∼2층짜리 건물들이 줄지어 자리했다. 대부분 빛바랜 간판을 매달고 건물 외벽의 칠은 벗겨져 있는 상태였다. 전신주에는 수십 가닥의 전깃줄이 어지럽게 엉켜 골목의 하늘을 뒤덮었다.
또 다른 주민은 "손 의원은 낙후된 곳을 발전시키려고 건물들을 산 것이지 팔기 위해 산 것이 아니니 투기가 아니다"며 역성을 들기도 했다.
다만 한국당 지도부를 향한 직접적 항의나 불만은 없었다.
앞서 한국당 지도부는 목포시청에서 김종식 목포시장, 김효환 목포시의회 의장, 김현모 문화재청 차장, 김이탁 국토부 도시재생사업기획단장 등으로부터 현장보고를 들었다.
나 원내대표는 현장보고 후 기자들과 만나 "근대역사문화공원 지역이 몇번의 변경 과정을 거쳤고, 일부 사업은 중복됐던 과정에서 손 의원이 관련돼 있지 않은지 의심이 든다"며 "문화부가 46억원을 들여 16개 건물을 매입한 뒤 역사공원을 조성한다고 하는데 시세차익이 상당할 것으로 보여 투기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종식 목포시장은 "갑자기 (손 의원 관련) 문제가 불거져 중앙정부가 모처럼 가난한 목포에서 벌어진 대규모 사업이 중단될까 봐 시민들이 노심초사하고 있다"며 "투기세력에 대해서는 철저히 차단해 도심재생 사업의 성공모델을 만들어 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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