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들은 대학교수를 '전담 교수' 의미로 받아들일 것"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선거용 벽보나 공보물 등에 '겸임'이라는 사실을 밝히지 않고 '대학교수'로 경력을 표기했다면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조의연 부장판사)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서울의 한 기초의회 의원 김모씨에게 벌금 70만원을 선고했다.
지난해 6·13 지방선거에 출마한 김씨는 선거 벽보와 공보물, 명함, 현수막 등에 자신의 이름과 함께 '대학교수(전)·건축사'라는 설명을 붙였다.
그는 2010년부터 한 대학교에서 강의했지만 시간강사나 겸임 전임강사, 겸임 조교수 등으로 일했다. 전임교수에 해당하는 교수·부교수·조교수로 임용된 적은 없다.
검찰은 김씨가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경력에 관한 허위사실을 공표한 것이라고 보고 기소했다.
반면 김씨는 '대학교수'라는 표현이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는 것을 의미하는 만큼 허위사실이 아니고, 이런 표기가 위법이라는 인식도 없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대학교수라는 표현을 사용해 전문성을 강조해 선거에서 유리한 지위를 점하고자 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선거인들은 대학교수라는 표현을 단순히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사람'이라는 의미보다, '높은 수준의 학력과 연구 실적 등을 갖추고 대학에 임용돼 교육·연구 업무를 전담하는 교수'의 의미로 받아들일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김씨가 대학에서 강의하면서 '대학교수'와 '겸임교수'의 표현을 구분해 사용했고, 선거 준비 과정에서 보좌관에게 '대학교수'라는 표현을 두고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던 점 등도 근거로 들었다.
다만 재판부는 처음 선거에 출마하면서 보좌관의 권유에 그대로 따르다가 벌어진 일로, 위법성 인식도 다소 미약했던 점 등을 고려해 당선 무효 기준(100만원)보다 낮은 벌금 70만원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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