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 마이오·살비니 부총리, '공공의 적' 앞세워 지지층 결집 노린 듯
살비니 "마크롱은 '형편없는 대통령'…말만 많고 행동은 안 해"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이탈리아 포퓰리즘 연정을 구성하는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과 강경 난민 정책의 선봉에 선 극우정당 '동맹'이 오는 5월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프랑스 때리기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어 눈길을 끈다.
오성운동을 이끄는 루이지 디 마이오 부총리 겸 노동산업부장관이 최근 "프랑스가 아프리카에 대한 식민지배를 멈추지 않고 있다"고 비판해 양국 관계가 얼어붙은 데 이어 동맹의 대표인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도 프랑스를 저격했다.
살비니 부총리는 21일(현지시간) 현지 방송 '카날레 5'에 출연해 프랑스는 리비아를 비롯한 아프리카 국가들이 스스로 경제를 개발하는 것을 돕기보다는 아프리카의 부를 착취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령 리비아에서 프랑스는 상황을 안정시키는 데 아무런 관심이 없다"며 "이는 아마도 리비아에 매장된 석유 때문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프랑스 최대의 석유기업 토탈과 이탈리아 에너지기업 Eni는 2011년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가 지원한 무장봉기로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무너진 뒤 혼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리비아에서 각각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어, 리비아는 양국의 에너지 정책에 매우 중요한 곳이다.
살비니 부총리의 이번 발언은 디 마이오 부총리 때문에 발끈한 프랑스의 심기를 더욱 불편하게 할 것으로 전망된다.
프랑스 외교부는 디 마이오 부총리가 앞서 지난 주말 이탈리아 중부 아브루초 주의 한 정치 집회에서 "프랑스는 아프리카를 식민화하는 것을 중단하지 않음으로써 아프리카에 빈곤을 창출하고 있고, 이 때문에 아프리카인들이 대거 유럽으로 이주하고 있다"고 말하자, 주불 이탈리아 대사를 초치해 항의한 바 있다.
디 마이오 부총리는 앞서 프랑스 전역을 휩쓴 '노란 조끼' 운동에도 지지를 표명하며, 이들의 정치세력화를 돕겠다고 말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탈리아와 프랑스는 전통적인 우방이지만 작년 6월 서유럽 최초로 포퓰리즘 세력이 정권을 잡은 뒤로는 프랑스 및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껄끄러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살비니 부총리는 특히 난민 구조선에 이탈리아 항구를 봉쇄한 자신의 정책을 비인간적이라고 비난한 마크롱 대통령을 향해 "그동안 수많은 난민을 수용한 이탈리아는 프랑스로부터 훈계를 들을 필요가 없다"며 프랑스에게 지중해 난민을 적극 수용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그는 또한 프랑스 당국이 그동안 이탈리아 국경 지대에 어린이를 포함한 난민들을 몰래 송환했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프랑스를 '위선자'라고 꼬집기도 했다.
살비니 부총리는 22일에는 페이스북 라이브방송을 통해 마크롱 대통령을 '형편없는(terrible) 대통령'이라고 저격했다.
그는 "내가 문제 삼는 것은 프랑스 국민이 아니라 마크롱 대통령"이라며 "마크롱 대통령은 말만 많이 하고 행동을 하지 않는다. 관용에 대해서 훈계를 하더니 이탈리아 국경지대의 난민 수 천명을 거절했다"고 말했다.
이어 "마크롱 대통령이 그렇게 훌륭하다면, 이탈리아 국경지대의 난민들을 (프랑스로) 받아들여 입증해보라"고 덧붙였다.
살비니 부총리는 프랑스 유권자들이 5월 말 유럽 의회 선거에서 자신과 정치적 동맹을 맺고 있는 프랑스의 극우정당 리더 마린 르펜에게 지지를 보내길 기대한다고 독려했다.
이처럼 포퓰리즘 정권의 대표 정치인들이 프랑스 및 마크롱 대통령과 유난히 각을 세우고 있는 것은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유럽연합(EU)의 통합을 주창하는 EU의 대표적 인물인 마크롱 대통령을 때리는 전략이 반(反)유럽 성향의 지지자들을 결집하는 효과가 있다고 믿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디 마이오 부총리의 경우 살비니 부총리에게 빼앗긴 정국의 주도권과 대중의 관심을 되찾기 위해 프랑스와 마크롱 대통령을 '공공의 적'으로 삼아 존재감을 과시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살비니 부총리가 이끄는 동맹은 경제 침체 속에 난민 문제, 실업 문제 등에 직면한 대중의 불안감을 효과적으로 파고들며 작년 포퓰리즘 연정 출범 이후 지지율이 급상승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동맹의 지지율은 약 35.8%로 치솟아, 25.4%에 그친 집권정당 오성운동을 멀찌감치 따돌렸다.
지난 총선에서 약 17%의 표를 얻은 동맹이 33%에 육박하는 득표율로 수권정당이 된 오성운동을 지지율 면에서 압도하자, 이탈리아 정가에서는 동맹이 오성운동과의 연정을 파기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살비니는 이런 시나리오를 부인하고 있으나, 정가에서는 그가 전통적인 파트너인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끄는 중도우파 전진이탈리아(FI), 극우 성향의 정당 이탈리아형제들(FDI)과 다시 손을 잡기 위해 조기 총선을 치를 수 있다는 관측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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