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확한 크로스에 고전…세컨드볼 처리도 문제
교체 멤버 김진수·이승우·주세종이 분위기 반전에 앞장
(서울=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 '크로스 정확도는 떨어졌지만 활발한 측면 돌파와 적시 교체 카드로 8강 길목의 고비를 넘겼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좌우 측면에서 공격 활로를 트며 바레인과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 관문을 힘겹게 통과했다.
한국은 전반 43분 황희찬(함부르크)의 선제골로 리드를 잡았지만 후반 동점 골을 내준 후 연장 전반 17분에 터진 김진수(전북)의 결승 골로 2-1 진땀승을 거둬 8강행 티켓을 따냈다.
8강 진출은 반가운 소식이지만 벤투 감독으로선 낙승 예상과 달린 진땀을 흘린 끝에 얻어낸 승리였다.
골 순간마다 '기성용 세레모니'…한국, 25일 카타르와 8강 / 연합뉴스 (Yonhapnews)
벤투 감독은 2-0 승리로 조 1위를 확정했던 중국과의 조별리그 3차전 때 베스트 11에서 좌우 풀백만 변화를 줬다.
왼쪽 풀백은 김진수를 대신해 홍철(수원)이 나섰고, 오른쪽 풀백에는 경고 누적으로 중국전에 결장했던 이용(전북)이 복귀했다.
좌우 측면에서 과감한 오버래핑에 이은 크로스로 바레인의 촘촘한 수비를 뚫겠다는 전략이었다.
바레인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13위로 한국(53위)보다 60계단이 낮고, A매치 상대전적에서도 2승 4무 10패로 열세였지만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바레인은 4-2-3-1 전형의 포백 수비라인을 기본으로 수비 때는 미드필더까지 가담해 한국의 공세를 막아냈다.
또 선수비 후 빠른 발의 공격수들을 이용한 공격 전환으로 역습을 시도하며 한국의 문전을 위협했다.
벤투 감독이 바레인전을 앞두고 "어렵고 치열한 경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던 대로 초반 흐름은 답답했다.
특히 득점 공식으로 기대했던 측면 돌파와 크로스에 이은 깔끔한 마무리가 나오지 않았다.
홍철과 이용은 측면에서 빠른 드리블 질주로 상대 진영까지 파고들고도 부정확한 크로스로 공격 흐름을 끊었다.
전반 종반까지 19개의 크로스 가운데 원톱 중책을 맡은 황의조(감바 오사카)와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선 손흥민(토트넘)에게 거의 연결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황의조는 상대 수비진 사이에서 자주 고립되는 모습을 보였다.
전반 볼 점유율 80%에 가까운 '지배하는 축구'를 하고도 승리를 위해 필수적인 선제골은 좀처럼 터지지 않았다.
하지만 팀 공격의 핵심인 '캡틴' 손흥민이 중앙에서 상대 수비진을 끌고 다니면서 공간이 열렸고, 마침내 첫 골이 터졌다.
선제골은 손흥민의 발끝에서 시작됐다. 손흥민이 오른쪽 측면 깊숙이 침투한 이용에게 패스했고, 이용이 지체 없이 크로스를 올렸다. 골지역 중앙에서 기다리던 황의조의 발에 걸리지 않았지만 골지역 중앙으로 침투한 황희찬이 과감한 오른발 슈팅으로 굳게 닫혀있던 바레인의 골문을 열어젖혔다.
이용의 정교한 땅볼 크로스에 이은 황희찬의 깔끔한 마무리가 돋보였다. 부정확한 크로스 때문에 전반 내내 애를 태웠던 벤투 감독에게 이용이 멋진 크로스로 배달한 값진 선제골이었다.
후반에는 바레인이 공세의 수위를 높인 가운데 우리 선수들의 집중력 부족과 세컨드볼 처리 미숙이 화를 불렀다.
후반 32분 실점 상황도 황희찬이 상대 미드필더 지역에서 쓰러져 넘어진 상황에서 우리 수비수들의 집중력이 흐트러졌고, 홍철의 몸을 맞고 흐른 공을 걷어내지 못하면서 바레인에 동점 골을 헌납했다.
'혹사 논란' 속에서도 중국전 승리에 앞장섰던 손흥민은 후반 중반 이후 급격한 체력 저하를 보였다.
다행히 벤투 감독이 적시에 투입한 교체 멤버들이 침체한 분위기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벤투 감독은 여동생 결혼식 참석을 위해 중국전 직후 한국을 다녀간 이청용(보훔)을 후반 21분 빼고 주세종(아산)을 기용했다.
또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한 불만을 물병을 차는 것으로 표출했던 '재간둥이' 이승우(엘라스 베로나)를 후반 44분 황인범(대전)의 교체 선수로 투입했다.
아울러 연장 전반 6분 컨디션이 떨어진 홍철의 자리에는 김진수를 배치했다.
이승우는 작은 체구에도 상대 진영을 헤집는 특유의 예측 불허 플레이로 바레인 수비를 흔들었다.
교체 멤버들의 활약으로 공격 주도권을 되찾은 한국은 연장 전반 17분에 드디어 바레인의 골문을 꿰뚫었다.
이용이 오른쪽에서 반대편으로 길게 크로스를 올려주자 김진수가 몸을 던진 헤딩슛으로 2-1을 만든 것. 전북의 좌우 풀백 이용과 김진수가 합작한 귀중한 추가 골이었다.
크로스 때문에 속을 끓이던 벤투 감독도 오랜만에 환한 웃음을 지었다.
한준희 KBS 축구 해설위원은 "전반에는 좌우 크로스 의존도가 높았지만 정확도가 떨어지는 바람에 바레인이 상대적으로 수비하기가 수월했다"면서 "세컨드볼 획득률이 떨어지고 턴오버가 잦은 것도 연장까지 가는 힘든 경기를 펼친 이유가 됐다"고 분석했다.
한 위원은 이어 "다행히 교체 투입된 김진수, 이승우, 주세종이 제 몫을 해줘 승부의 흐름을 바꿀 수 있었다"며 "피로 누적으로 중국전보다는 영향력이 덜했던 손흥민의 컨디션을 올리는 게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chil881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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