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 미첼 차관보 "아이들과 시간 보내고 싶다"며 돌연 사의
(뉴욕·서울=연합뉴스) 이준서 특파원 강건택 기자 = 미국의 대(對) 유럽 외교를 지휘하던 웨스 미첼 국무부 유럽·유라시아 담당 차관보가 돌연 사임한다.
미첼 차관보는 지난 4일(현지시간) "두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를 원한다"며 사의를 표명했다고 AP와 로이터 통신 등이 22일 보도했다.
그는 이날 성명을 내 "이 행정부가 3년차에 접어들면서 내가 시작한 일, 국무부의 유럽 전략을 발전시키는 일을 완수했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미첼 차관보는 다음달 15일 자리에서 물러난다. 지난 2017년 10월 임명된 지 16개월 만이다.
개인적인 이유로 물러난다는 것이 본인의 설명이지만, 외신들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과 유럽의 전통적인 대서양 양안 관계가 삐걱거리는 시점이라는 데 초점을 맞췄다.
AP는 미첼 차관보의 사임이 트럼프 행정부와 유럽 동맹들의 흔들리는 관계를 진정시키려는 노력에 타격을 줬다고 분석했고, AFP 통신은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 접근 방식에 전통적인 동맹국들이 불편함을 느끼는 가운데 추가로 외교 공백이 생긴 것으로 평가했다.
특히 이번 발표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지난달 벨기에 브뤼셀 연설에서 유럽연합(EU)과 같은 다자기구의 가치에 의문을 제기하는 연설을 한 지 한 달 만이라고 AP는 지적했다.
무역 문제, 방위비 분담, 미국의 이란 핵합의 탈퇴와 시리아 철군 등을 둘러싸고 미국과 유럽이 일련의 갈등을 겪는 가운데 나온 결정이기도 하다.
다만 미첼 차관보는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 정책에 반발해 물러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지난해 6월에는 제임스 멜빌 당시 에스토니아 주재 미국대사가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노선에 반발해 물러난 바 있다.
미첼 차관보의 사임 소식에 폼페이오 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웨스는 차관보로서 아주 뛰어났다. 이 부처에서 유럽팀을 이끌면서 내게 해준 조언을 소중하게 생각한다"라며 행운을 빌었다.
로버트 팔라디노 국무부 부대변인도 "소중하고 효율적인 리더이자 유럽의 동맹과 파트너들에 좋은 친구였다"고 평가했다.
독일어에 능통한 미첼 차관보는 베를린 자유대학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고 12년 동안 워싱턴의 싱크탱크에서 중부 유럽 문제를 연구한 유럽 전문가다. 유럽정책분석센터(CEPA)를 공동 창립하고, 지난 2012년 대선에서 밋 롬니 공화당 대선후보에게 자문한 바 있다.
AFP에 따르면 미첼 차관보는 잠재적 적국을 상대로 한 미국의 압도적인 군사적 우위를 강조하는 공화당의 전통적인 외교 정책을 옹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 유럽담당 차관보가 임명될 때까지 직업 외교관인 엘리자베스 밀라드가 그 자리를 대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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