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WAA 투표 83년 만에 첫 득표율 100%로 MLB 명예의 전당 입회
파나마 출신 당대 최고의 마무리 투수…지터·이치로·커쇼 등도 만장일치 후보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미국프로야구(MLB) 미네소타 트윈스 구단은 2013년 은퇴 투어를 하던 투수 마리아노 리베라(50)에게 이색 의자를 작별 선물로 줬다.
부러진 방망이로 만든 의자였다.
리베라가 컷 패스트볼(커터)이라는 마구로 타자들의 방망이를 수도 없이 산산조각낸 것에 착안해 못 쓰게 된 배트로 엮어 흔들의자를 만들고 리베라에게 존경심을 보였다.
리베라는 방망이를 부수듯 메이저리그의 오랜 고정 관념도 멋지게 깼다.
리베라는 23일(한국시간) 공개된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의 2019년 명예의 전당 후보 투표에서 득표율 100%, 만장일치라는 신기원을 열고 명예의 전당에 당당히 입성했다.
약물의 시대에서 가장 깨끗한 타자로 추앙을 받던 미국 출신 켄 그리피 주니어(2016년·득표율 99.32%)도 3표가 모자라 이루지 못한 만장일치 득표를 파나마 출신 리베라가 해냈다.
BBWAA 기자 중 일부는 그간 만장일치가 유력한 후보에게도 그럴싸한 약점을 들이대며 표를 주지 않았다고 당당히 밝혔다.
아무리 화려한 성적과 기록을 남겼더라도 완벽한 사람은 없기에 해당 선수에게 표를 주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팬들은 갈수록 이런 해명을 이해할 수 없는 변명으로 받아들였다.
이런 전례 탓에 리베라가 이번 투표에서 만장일치라는 새 이정표를 세울지가 큰 관심사로 떠올랐다.
올해 BBWAA 투표인단 425명은 상식에 걸맞은 투표로 첫 만장일치 명예의 전당 입회자를 배출했다. 유권자당 최대 10명을 찍을 수 있는 투표에서 모든 기자가 빠짐없이 리베라를 후보로 선택한 셈이다.
명예의 전당 후보를 뽑는 BBWAA 투표는 1936년 시작됐다. 홈런의 제왕이라는 베이브 루스(득표율 95.1%)도, 마지막 4할 타자 테드 윌리엄스(93.4%)도, '철인' 칼 립켄 주니어(98.5%)도 100%에 이르진 못했다.
리베라는 메이저리그 통산 최다 세이브(652개)를 남겼다.
또 포스트시즌에서 통산 8승 1패, 42세이브, 평균자책점 0.70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올렸고 특히 7번의 월드시리즈에선 2승 1패, 11세이브, 평균자책점 0.99를 수확해 5번 우승 반지를 끼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해마다 아메리칸리그 최고 소방수에게 주는 상의 이름을 마리아노 리베라 상으로 정했다.
미국 언론은 리베라가 만장일치의 물꼬를 텄다며 득표율 100% 계보를 이을 후보로 데릭 지터, 스즈키 이치로, 클레이턴 커쇼 등을 꼽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리베라의 만장일치 명예의 전당 입회를 축하하며 "리베라는 위대한 선수이자 훌륭한 사람"이라고 극찬했다.
cany99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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