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류 활성화 의지 중요…전문가 "제재 틈새 파고드는 과감한 접근법도 필요"
(서울=연합뉴스) 이봉석 기자 = 북한이 올해 들어 남북 간 교류·협력 사업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밝히면서 당국 및 민간 교류가 남북관계 진전의 시금석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따라 남북관계와 비핵화 프로세스의 선순환을 꾀하는 남측 정부가 남북교류의 병목현상 해소를 위한 대미 설득을 한층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해 말 독감(인플루엔자) 치료제 타미플루의 대북 지원에 대한 미국 측의 지지를 얻어놓고도 운송수단의 대북제재 저촉 문제로 아직 전달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워킹그룹 회의에서 운송차량 문제까지 미국 측과 꼼꼼하게 협의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작년 9월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 당시 대북 반입물자의 제재 위반 논란이 불거지는 등 비슷한 선례가 적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가 안이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같은 맥락에서 향후 워킹그룹 회의를 비롯한 한미 간 협의에서 정부가 전철을 밟지 않도록 철저한 준비가 요구된다는 게 중론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24일 "대북지원 때 내용물과 사람, 운송수단을 구분해서는 안되고 하나의 패키지로 하는 일반 상식론에 따라 접근해야 하며, 미국에 그런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대북 지원 민간단체는 대부분 영세한 만큼 정부가 적극적으로 유엔 제재 면제를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대미 설득도 대행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강영식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사무총장은 "인도적 물자라고 판단하면 정부가 책임지고 유엔 대북제재위원회의 일괄 제재 면제 승인을 추진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결국 정부가 남북교류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가지고 미국을 설득하면서 민간단체 사업의 원활한 진행을 돕는 역할도 필요하다는 지적인 셈이다.
중장기적으로는 비핵화 문제가 풀려 대북제재가 완화 또는 해제되기 이전이라도 정부가 제재의 틈새를 파고들며 미국을 설득하는 과감한 접근법을 취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있다.
2016년 2월 시행된 미국의 대북제재강화법(H.R. 757)에 명시된 민주주의 제도와 인권 등 지원에 대한 제재 면제 조항이 대표적인 사례다.
한 대북제재 전문가는 "물론 북한을 설득하는 게 쉽지는 않겠지만 이런 부분을 가지고 미국에 잘 설명하면 개성공단을 비롯한 대규모 남북 경협사업에 대한 제재 면제가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채택한 대북제재 결의 가운데 어디에도 지식재산권 교류를 금지·제한하는 규정이 없다는 점 역시 정부가 노려볼 수 있는 제재의 구멍으로 평가된다.
미국 설득에 앞서 내부적으로 남북교류 사업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마련이 선행되는 게 바람직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남북교류 전문가는 "남북교류 사업이 여야 합의로 국회에서 통과되면 미국이 제재 때문에 안된다고 말하지 못할 것"이라며 "반대할 경우 한국 내에서 반미 여론이 형성될 수 있어서 미국 입장에서는 외교적 모험"이라고 말했다.
anfou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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