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앞두고 민사 소액사건 직접 맡아…"32년 마지막까지 판사이고 싶어"
(울산=연합뉴스) 허광무 기자 = 최인석 울산지방법원장이 다음 달 퇴임을 앞두고 23일 마지막 재판을 진행했다.
최 법원장은 울산지법 사법행정을 총괄하는 자리에 있으면서도, 부임 이후 약 1년 동안 민사 소액사건 일부를 배당받아 재판을 진행했다. 그는 이날 판결 선고 3건, 변론기일 진행 1건 등 재판 4건을 처리했다.
법원장이 직접 재판을 진행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최 법원장은 주로 일선 판사들로부터 '고분쟁성 사건'을 재배당받아 담당했다.
민사 소액사건 담당 판사들이 진행하는 재판 중 당사자들의 감정 대립이 심하거나 쟁점이 많아 복잡한 사건이 생기면, 해당 사건을 법원장에게 맡기는 방식이다.
민사 소액사건은 접수 건수가 많아서 판사들이 고분쟁성 사건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면 다른 사건 처리가 지연될 수 있다.
이에 법원장의 재판 진행은 일선 판사들의 업무 부담을 덜어주는 동시에 사건 당사자들이 경험 많은 법원장의 재판에 만족감을 보이는 효과가 있었다고 울산지법 측은 밝혔다.
32년 판사 생활을 마감하는 재판을 마친 소회를 묻자 최 법원장은 "판사를 시작한 이후 재판을 놓은 적이 없었고, 법원장이 된 후로도 마지막까지 판사로 남고 싶다는 생각에 재판을 계속 맡았다"고 밝혔다.
최근 사법부를 둘러싼 사건과 논란이 지속하는 것에 대해서는 "사법부가 신뢰를 얻는 것은 결국 국민을 위하는 것"이라면서 "필요 이상으로 사법부가 훼손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달 초 대법원에 사표를 제출하고, 다음 달 퇴임을 앞두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 법원장이 사법농단 의혹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의 무분별한 영장 청구 행태를 비판하는 등 사법부 안팎에서 벌어진 논란에 목소리를 냈던 것이 사표 제출과 연관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이에 대해 최 법원장은 "은퇴는 진작에 계획했던 것이고, 최근 (사법부 안팎에서 벌어지는)문제가 영향을 미친 것도 맞다"면서 "복합적인 요인으로 퇴임을 결정했지만, 사법부에 대한 애정은 여전히 있다"고 밝혔다.
경남 사천 출신인 최 법원장은 부산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했다.
사법고시(26회)에 합격해 마산지법 판사를 시작으로 창원지법 거창지원장, 부산고법 부장판사, 부산가정법원장, 제주지법원장 등을 지내고 지난해 2월 13일 울산지방법원장으로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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