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은 장기적인 투자계획 세워…기업에도 이득
(서울=연합뉴스) 정수연 기자 = "연기금이 주주로서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김수이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 아시아태평양 대표는 24일 세계경제연구원 초청 강연에서 국민연금의 대한항공 주주권 행사 여부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이같이 밝혔다.
김 대표는 "스튜어드십 코드는 책임감 있는 투자의 기본"이라며 "대한항공의 사례는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나 주주권 행사는 연기금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CPPIB는 캐나다의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 해당하는 조직이다. 운용자산은 세계 9위(3천683억달러), 지난 5년간 연 평균 수익률은 12%였다.
김 대표는 연기금이 주주권을 행사하면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고, 기업에도 이득이라고 규정했다.
김 대표는 "CPPIB는 7∼8년 후의 투자계획까지 세워놓는다. 기업은 장기적인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연기금이 주주권을 행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CPPIB는 정부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또 전문성을 갖춘 이사들을 선임해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전략을 만든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정치적 독립성이 부족해 주주권 행사에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질문에는 "한국 국민연금에 대해 전문가 수준으로 알지는 못하지만, CPPIB가 주주권을 행사하는 것은 한국만이 아니라 다른 연기금에도 모범사례가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어 "능동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CPPIB에서 1천600명에 달하는 직원이 존재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CPPIB가 높은 수익률을 올리는 배경으로 리스크 관리와 투명성을 꼽았다.
그는 "필요 이상의 리스크를 감내하지 않는 원칙 아래 수익을 내는 데 집중한다. 또 의결권을 어떻게 행사했는지 웹사이트에 공개하고, 시민·의회·정부를 상대로 적극적으로 설명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비상장기업에는 이사를 임명하고 기업전략을 세우는 등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상장기업의 경우 이사회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연기금이 긴밀히 들여다보기 힘들다"며 "CPPIB는 기업 발표와 감사내용을 참고해 결정하고 기업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의결권을 행사한다"고 말했다.
세계 금융시장에 대해 김 대표는 다소 비관적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CPPIB가 지난 5년간 수익률이 특히 높았던 것은 금융시장 상황이 양호한 덕도 있다"며 "앞으로는 아니다. 미국과 중국 등 세계 금융시장은 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대표는 CPPIB가 2025년까지 총자산의 30∼40%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투자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js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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