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2월 베이징 공연은 레퍼토리 문제 갈등으로 막판 무산
(서울=연합뉴스) 홍국기 기자 = 평창올림픽 때 남쪽을 찾고 남북정상회담 등에도 모습을 드러내 남한에도 잘 알려진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이 중국에서도 공식 데뷔무대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
24일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이 공개한 사진에는 전날 평양역에서 열린 북한의 방중 예술단 환송 행사에 현 단장이 예술단 일행에 포함된 모습이 포착됐다.
현 단장은 지난 7∼10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4차 방중에 동행했으며, 당시 이번에 공연 문제를 중국 당국 측과 조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순호 삼지연관현악단 행정부 부단장이 지난 15일 베이징에 먼저 도착한 모습도 목격됐고, 19일에는 평양발 고려항공편으로 북한 삼지연 악단의 선발대로 보이는 공연단 관계자들이 베이징에 도착했다.
이런 사실을 종합할 때 280여명 규모의 이번 북한 방중 예술대표단은 삼지연관현악단이 주축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4년 전 무산된 현 단장의 베이징 무대 공식 데뷔무대가 이번에는 성사될지 주목된다.
과거 현 단장이 이끌던 모란봉악단은 2015년 12월 첫 해외공연으로 베이징(北京) 국가대극원에서 공연하기로 했다가 중국 측과 레퍼토리 문제로 갈등이 생기면서 공연이 막판에 무산됐다. 이번 북한의 방중 예술단이 공연하는 장소도 공교롭게도 국가대극원이다.
2015년 당시 모란봉악단과 공훈국가합창단은 공연을 3시간여를 앞두고 돌연 항공편으로 귀국하면서 북·중 간의 갈등이 표출됐다.
이후 북·중 양국은 북한의 핵ㆍ미사일 실험 등으로 관계가 냉각되면서 국가 차원의 예술단 교류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현재는 그때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북한의 이번 방중 공연은 지난해 4월과 11월 중국예술단의 방북 공연에 대한 답방 형식으로, 올해 북·중 수교 70주년을 맞아 북·중 문화교류를 발전시키겠다는 차원이다.
이런 이유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나 중국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급이 이번 공연을 관람할 가능성이 커 보여, 현 단장이 이끄는 북한 예술단이 어떤 내용의 공연을 선보일지도 관심사다.
지난해 2월 열린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방남한 북한 예술단은 심수봉의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와 같은 남측 가요를 레퍼토리에 대거 포함했다. 체제 선전이라는 지적을 받을 수 있는 북측 노래는 남측과 협의를 거쳐 레퍼토리에서 빼거나 가사를 고쳐 부르는 유연성도 보여줬다.
따라서 과거 모란봉악단 베이징 공연 취소 사태를 직접 겪은 현 단장이 북·중 수교 70주년과 급변한 한반도 정세라는 현 상황을 공연에 적극적으로 반영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박종철 경상대 교수(통일평화연구센터 소장)는 "상징적으로 70년대 중국에서 유행한 노래와 지난해 방남 때 호평받은 공연, 시 주석의 부인인 펑리위안 여사가 부른 중국 노래 등을 공연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015년처럼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와 북한노동당 국제부·통일전선부가 연출과 각본을 긴밀하게 짰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성악가수 출신인 현 단장은 2017년 10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2차 전원회의에서 중앙위 후보위원에 오르며 북한 문화계의 핵심 인물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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