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기상청이 중국발 미세먼지 차단을 위한 특단 대책의 하나로 25일 환경부와 서해상에서 '인공강우' 실험을 한다. 인공강우란 구름 속에 강수 입자를 뭉치게 하는 '구름씨'를 뿌려 비를 내리게 하는 기술이다. 구름씨로는 요오드화은이나 염화나트륨 등이 사용된다. 인위적으로 만든 빗물로 미세먼지를 씻어내겠다는 것이다. 2017년 기상 항공기 도입 이후 우리나라는 그간 경기도 수원 등 내륙 상공에서 인공강우 실험을 몇 차례 한 바 있다. 그런데 이번처럼 항공기와 선박을 띄워 바다 위 하늘에서 하기는 처음이라고 하니 눈길이 더 간다.
그렇지만 인공강우 실험이 미세먼지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신의 한 수'로 보이진 않는다. 미세먼지가 씻겨 내려갈 양의 비를 내리려면 소나기구름 같은 비구름을 만들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한 나라는 아예 없다. 우리의 기술은 미국, 중국, 이스라엘 등 인공강우 기술 강국에 훨씬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구름이 없으면 실험을 시도조차 못 하는데 겨울철 대기가 건조한 한반도 상공에서 비구름을 모으고 키우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점에서 이번 실험은 미세먼지 때문에 골머리를 앓아온 정부가 꺼내든 궁여지책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도 환경부와 기상청이 인공강우 실험에 나서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국무회의에서 미세먼지 문제를 '준재난'으로 간주하며 창의적 해결책 모색을 주문한 데 따른 것이다. 문 대통령은 15일 청와대 참모들과 대화에서도 미세먼지 저감 대책으로 '인공강우가 가능한지를 고민해 보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이번 인공강우 실험은 미세먼지 저감 실효성보다는 연구에 더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이번 실험은 의미 있는 이벤트로 보인다. 이번 실험이 노후 경유차 퇴출 등과 같은 기존의 미세먼지 저감 대책에서 볼 수 없는 창의적 발상이란 점에 점수를 주고 싶다. 인공강우 기술력을 끌어올릴 기회로 삼았으면 한다. 전문가들은 서해상에서 이뤄지는 이번 실험이 중국발 미세먼지 한반도 유입을 부인·반박하려는 중국 정부를 간접 압박하는 효과도 있다고 본다. 중국 정부 당국자들은 우리나라가 서해상으로 날아든 미세먼지로 고통받은 최근에도 '한국 정부가 남 탓만 한다'는 적반하장격 발언을 일삼아 우리를 분노하게 했다.
중국발 미세먼지는 우리 정부 대책만으로 해결하기는 불가능하다. 북한과 몽골 등 주변국을 포함해 한중이 함께 나서야 효과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마침 한중 두 나라는 서울에서 이틀간 열린 환경협력회의에서 미세먼지 조기경보체계 공동구축 등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중국 측이 이번에도 중국발 미세먼지에 대해 '중국의 대기 질이 개선됐다'며 우리 측과 다른 입장을 보였지만 합의 내용은 긍정적이다. 중국 측이 우리와 생각이 다르다 하더라도 정부가 이번처럼 중국과 환경 분야 협력을 강화하는 노력을 이어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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