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당 체제·지정학적 독립성·대미 관계 호전 등 매력
북핵갈등·사상 경직·시장 경험 결핍 등 리스크로 지적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북한의 경제성장을 위한 현실적 모델로 베트남이 최적이라는 컨설팅업체의 분석이 나왔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피치솔루션스는 24일 '북한이 베트남식 개혁을 선호하지만 리스크가 지속될 것'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이런 견해를 밝혔다.
보고서는 "미국과 적대관계인 공산주의 1당 국가를 정치적으로 안정되고 대다수 주변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급속도로 성장하는 국가로 탈바꿈하는 가장 현실적 경로는 베트남식"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러면서 "가장 큰 장애물은 북핵 문제에 대한 이견이지만 역내 강호들이 이를 둘러싸고 노력한다면 북한에 돌아가는 경제적 이익이 엄청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베트남 외에 북한의 여타 롤 모델로 한국, 대만, 중국, 싱가포르 등이 있지만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현재 북한의 최고 우선순위가 정치안정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한국과 대만은 모델 후보에서 배제된다고 설명했다.
두 국가가 1960년대에 권위주의 지도자 치하에서 대규모 경제성장을 이뤘으나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 초반 민중의 힘으로 민주화를 이뤘다는 사실 때문이다.
중국은 북한을 종속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점, 싱가포르는 소규모 도시국가로서 상황이 다르다는 점에서 모델로서 거리가 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보고서는 베트남은 거대한 경제적 변환과 개방 속에서도 1당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북한에게 가장 큰 매력이라고 지적했다.
베트남이 이데올로기 차이와 과거의 쓰라린 역사에도 불구하고 극적으로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해냈다는 점, 아시아 정치지형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도 상당한 지정학적 독립성을 유지한다는 점도 주목할 사안으로 소개됐다.
그러나 피치솔루션스는 북한이 베트남 방식의 개혁·개방을 통한 경제성장을 이루는 데는 난제도 많다고 지적했다.
물론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둘러싼 미국과의 불화를 해소하지 못하면 경제 제재 때문에 진전을 보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가장 먼저 제기됐다.
보고서는 북한이 중앙집권화한 왕조 통치 때문에 베트남보다 사상적으로 경직됐다는 점도 걸림돌로 지적했다.
북한이 체제의 왕조적 속성 때문에 쉽게 과거 이데올로기를 버리지 못하고 개혁에 점진적으로 나아갈 것이지만, 베트남은 거의 집단지도체제를 갖추고 있던 터라 정책을 더 활발하게 논쟁할 수 있었고 개혁을 이행하는 데도 더 유연했다고 설명했다.
베트남이 지니고 있던 자본주의 경험이 북한에는 없다는 점도 개혁을 바라는 북한이 극복할 문제로 거론됐다.
보고서는 공산주의 북베트남이 자본주의 남베트남을 흡수 통일해 베트남 전체가 공산화했으나 남부에서는 여전히 자본주의의 경험이 남아있어 개혁 때 힘을 발휘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한국 문화에 친밀해지고 있다는 일화들이 전해지고는 있으나 북한인들이 자유시장 경제에 얼마나 빨리 적응할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북한이 베트남과는 달리 세계화가 상대적으로 침체된 가운데 개방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도 하나의 변수로 소개됐다.
보고서는 미국과 미국의 동맹국들이 베트남의 세계화를 적극적으로 지지함으로써 국제 무역이 확장할 때 개방해 많은 혜택을 봤다고 설명했다.
그에 반해 현시점에는 미국이 중국, 일본,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에 무역흑자를 이유로 압력을 가하는 등 세계화가 둔화한 터라 상황이 다른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한국과 중국에는 북한과의 경제적 관계를 강화할 지정학적인 필요성이 상당하다며 현재 세계화가 주춤하더라도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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