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연합뉴스) 백나용 기자 = 제70주년 제주 4·3 북촌 희생자 합동 위령제가 24일 제주시 조천읍 북촌리 너븐숭이 4·3기념관에서 유족 등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거행됐다.
제주 4·3 당시 집단 학살된 북촌리 주민 443명의 명복을 기리는 이날 위령제는 경과보고, 고유문 낭독, 주제사. 도내 기관장의 추도사 순으로 진행됐다.
이승찬 제주4·3희생자북촌유족회장은 고유문을 통해 "지난해 4·3 70주년은 여느 해와 달리 제주도민과 유족의 통한의 아픈 가슴을 쓸어내리고, 4·3이 진실한 대한민국의 역사임을 천명하는 해였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4·3 추념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이 희생자와 유족에게 사과하고, 4·3의 진실을 역사의 사실로 선언했다"며 "이는 정의의 역사, 진실의 역사는 반드시 승리한다는 철칙을 대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성태 제주도 행정부지사는 "4·3의 광풍 속에서도 북촌리를 다시 일으켜 세우고, 평화의 마을로 이끌어주신 모든 분께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추모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 4·3의 완전한 해결을 앞당기고, 희생자와 유족의 명예가 회복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위령제에는 현기영 작가도 참석해 4·3 영령의 넋을 기리고 명복을 빌었다. 북촌리는 현기영 작가가 집필한 4·3 소설 '순이삼촌'의 실존 현장이다.
현 작가는 인사말을 통해 "4·3 위령제를 거행해 돌아가신 분들을 위로하고 기억하는 것이 살아있는 자들의 의무라고 생각한다"며 "과거를 잊으면 또다시 이러한 사건이 되풀이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자리에 계신 분들은 매년 상주가 되는 것이 고달프시겠지만, 늘 긴장하고 경계해야 현재까지 4·3을 깎아내리고 부정하는 세력에 대응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며 일부 극우 세력의 활동에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북촌리는 제주 4·3 사건 당시 수백 명의 주민이 한꺼번에 몰살당한 대표적인 피해 마을이다. 1949년 1월 17일 북촌리에서 무장대의 기습으로 군인 2명이 숨지자 이에 대한 보복으로 같은 날 2연대가 주민 300여명을 북촌초등학교 운동장에 집합시켜 무차별 총살하고 마을 전체를 불바다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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