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간접차별' 요소 있던 서류심사에 개입해 공정성 회복"
(서울=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사립고 교사 채용 과정에서 특정 인물을 합격시키려고 서류심사 기준을 바꾼 혐의를 받는 영어 교사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특정 출신 대학·학과별로 가산점을 주는 간접 차별 요소가 있던 채용절차에 이 교사가 개입함으로써 오히려 공정성이 회복됐다는 취지다.
서울북부지법 형사5단독 이정재 판사는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전직 영어교사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24일 밝혔다.
서울 노원구의 한 사립고에서 영어과 대표교사로 재직하던 A씨는 2017년 진행된 정규교원 채용에서 이 학교 기간제교사 B씨를 합격시키기 위해 서류심사 기준안 변경을 주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2016년 12월 채용기준을 마련하려고 열린 교과협의회에서 일부 교사들이 '실력 있는 교사를 뽑으려면 출신 대학과 전공학과에 중복 가산점을 줘야 한다'고 주장하자 여기에 반대하고 나섰다.
그러나 3일 뒤 열린 교과협의회에서는 특정 대학 출신자, 영어교육과 출신자 등에 중복 가산점을 부여하는 서류심사 기준이 투표를 거쳐 사실상 최종 심사기준안으로 확정됐다.
이에 A씨는 교장과 논의해 학교에 따른 중복 가산점을 없애기로 하고, 다른 교사들에게 '교장의 지시'라며 문자로 이런 사실을 알려 서류심사 기준을 바꿨다.
재판부는 A씨가 바꾸기 전의 채용 서류심사 기준 일부가 중립적이기는 했으나 특정 집단이나 개인에게 현저하게 불리한 결과를 야기하고 정당한 것임이 증명될 수 없는 결과적 차별, 즉 '간접차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업무방해죄에 있어 '업무를 보호한다'는 것은 업무의 적정성과 공정성을 지키는 것"이라며 "A씨의 행위로 행여 침해될 수 있었던 업무의 공정성이 회복돼 공소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A씨가 채용기준을 바꾸는 과정에서 교장이나 다른 교사들의 업무를 방해했다고 볼 수 없는 점, 이후 채용 과정에서 B씨에게 다른 지원자들보다 낮은 점수를 주기도 했다는 점 등을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이유로 들었다.
juju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