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비니 伊부총리에 반박…난민 47명 태운 NGO구조선, 엿새째 표류 중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유럽으로 가기 위해 지중해로 나섰다가 리비아 해안경비대에 적발된 뒤 리비아로 송환된 난민들이 기아와 폭력이 난무하는 지옥같은 상황에 처해 있다고 국제구호단체 국경없는의사회(MSF)가 밝혔다.
MSF는 23일(현지시간) "리비아로 되돌려진 난민들은 적정 인원을 초과한 구금 시설에 갇혀 있다"며 "이 시설에는 난민들이 속속 수용되고 있어 가뜩이나 열악한 생활 환경이 더 악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MSF의 이 같은 발언은 유럽을 향해 떠났던 북아프리카 난민 393명이 지중해에서 리비아 해안경비대에 붙잡힌 뒤 리비아로 돌려보내 졌으며, 이들 모두 잘 지내고 있다고 주장한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 겸 내무장관의 최근 발표에 대한 반박 차원에서 이뤄졌다.
난민들에게 이탈리아 항구를 봉쇄하는 강경 난민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는 살비니 부총리는 리비아를 떠난 불법 난민들은 마땅히 다시 리비아로 송환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 인권 단체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MSF는 "이들 난민은 밖으로 나갈 수 없고, 깨끗한 물과 음식도 지급받지 못하고 있다"며 "특히 이들에게 제공되는 음식은 어린이와 임산부 등 의료적으로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영양을 전혀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부 난민은 영양실조, 저체온증, 심한 설사 등의 증상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MSF는 아울러 이들 중 일부는 지중해를 건너기 위한 배를 타기 전에 난민 밀입국업자에게 수주에서 수개월 간 억류돼 학대당하고, 고문을 받은 사실을 털어 놓았다고 전했다.
리비아로 송환된 난민 가운데에는 임산부와 영유아도 상당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지중해 연안의 유럽 국가들이 지중해를 건너 유럽으로 향하는 난민 수용을 거부하는 기조를 계속 이어감에 따라 국제구호단체가 구조한 난민들이 육지에 상륙하지 못하고 바다를 떠도는 일도 되풀이되고 있다.
독일 비정부기구(NGO) '씨 워치'는 "지난 19일 지중해에서 구조한 북아프리카 난민 47명을 태운 배가 아직도 정박할 항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폭풍이 임박한 가운데 구조선 선미에 타고 있는 난민들은 이미 흠뻑 젖은 채 추위에 떨고 있다"며 유럽 각국 정부에 정박 허가를 내줄 것을 촉구했다.
살비니는 이에 대해 "'씨 워치'는 몰타를 향해 가고 있고, 기상이 나빠지고 있다. 그러므로 몰타 정부가 이 배의 정박을 허용해야 한다"며 몰타에 난민을 수용할 것을 압박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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