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3주체 중 하나일 뿐…일방 정책 강행시 사회적대화 파탄"
"'100만 민주노총', 노·사관계 당사자 넘어 시대적 과제 실현 앞장서야"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김명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은 지난 24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민주노총이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 참여하면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 논의 중단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김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 정기 대의원대회(28일)가 나흘 남았다. 현장 분위기는 어떤가.
▲ 지역본부와 산별 대표자, 간부들을 중심으로 만나고 있다. 대의원들에게 직접 전화도 한다. 반응을 보면 이번 대의원대회는 (의결을 위한) 성원이 되느냐 안 되느냐와는 상관없이 과거 어떤 대의원대회보다 참가자가 많은 대의원대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 작년 10월 임시 대의원대회는 정족수도 못 채웠다.
▲ 작년 임시 대의원대회는 대의원 참여를 독려하고 조직화한 과정이 대단히 많이 부족했다. 집행부가 전적으로 책임을 통감했다. 이번에는 16개 지역본부 순회에 그치지 않고 16개 가맹 산별노조, 대규모 사업장 등도 순회하며 대의원대회의 의미와 안건 등을 설명하고 있다. 이번 대의원대회는 양적 성장을 거듭해온 100만명 규모의 민주노총이 양적 성장을 넘어 질적 전환을 이루고 우리 사회에서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한국 사회의 변화를 바라고 실천하는 민주노총 간부들이 900명 이상 모여 토론하고 질서 있게 규약에 따라 결정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민주노총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각도 많이 달라질 것이다.
-- 대의원대회 안건인 올해 사업계획 중 경사노위 참여 문제가 주목을 받고 있다. 지금 민주노총이 경사노위에 참여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 경사노위라고 하는 기구는 사회적 대화의 과정에서 투명하게 우리 사회의 개혁 과제가 무엇인지 전 국민에게 알리는 장이 될 것이다. 개혁 과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하고 당위성을 설명할 수 있다. 산별교섭이 아직 정착하지 않은 상황에서 경사노위 산하 업종별 위원회를 통해 교섭의 틀을 확장할 수도 있다. 민주노총이 100만명 규모로 성장한 힘을 어디에 쏟을 것인가. 노조로 조직되지 못한 노동자들을 각종 개악으로부터 보호하고 전 국민적으로 영향을 주는 과제를 관철하기 위해 사회적 대화 기구 안에서 적극적인 투쟁을 벌여나가야 한다.
-- 민주노총이 경사노위에 참여하면 과거와 같이 정부 정책의 들러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 문재인 정부의 개혁이 후퇴하고 친(親)재벌 정책으로 기울어지는 것은 매우 실망스럽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정부 핵심 관료들은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와 노동자 기본권을 '빅딜' 대상으로 여기는 모습까지 보인다. 사회적 대화의 걸림돌이다. 그러나 걸림돌이 있다고 해서 대화의 장 자체를 거부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경사노위는 노·사 중심으로 사회 양극화를 해소하겠다는 목적을 명확히 하고 있다. 경사노위에서 정부는 노·사·정 3주체의 하나일 뿐, 노동계 없이는 의사 결정을 할 수 없는 구조다. 정부 정책의 들러리로 전락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 정부가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 방침을 정해놓고 경사노위에 논의를 맡기는 등 실제로 사회적 대화를 정책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것도 사실 아닌가.
▲ 민주노총 내부에서도 경사노위 참여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다. 정부가 국정과제로 제출한 ILO 핵심협약 비준은 즉시 이행해야 한다. 법 개정은 협약 취지에 맞게 제대로 해야 한다. 최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이 낸 노동법 개정안은 매우 실망스러울 뿐 아니라 많은 부분 후퇴한 것으로, 재논의해야 한다.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 논의는 경사노위 설립 취지와 맞지 않는다. 민주노총이 경사노위에 참여하는 즉시 탄력근로제 논의 중단을 요구할 것이다. 경사노위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법 취지를 봐도 사회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구다. 사회 양극화 해소를 위한 경제 민주화 의제를 적극적으로 다뤄야 한다.
-- 민주노총의 경사노위 참여에 필요한 노·정관계의 신뢰가 아직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 대화를 위한 가장 큰 자산은 당연히 신뢰라고 생각한다. 파행을 맞은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제대로 실현되지 않은 교사·공무원의 단결권 등 정부가 신뢰를 주지 못한다는 판단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멈춘 개혁을 계속하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사회적 대화의 장을 활용하자고 제안하는 것이다. 경사노위에 참여해 공론화의 힘으로 전 국민의 여론을 모아 개혁을 추진하는 게 필요한 시점이다.
-- 문재인 정부도 3년차에 접어들었고 내년에는 총선이 있어 사회적 대화의 타이밍을 놓쳤다는 지적도 있다.
▲ 한국 사회 개혁 과제 실현을 위한 민주노총의 개입 시간을 놓쳤다고 해서 포기할 문제는 아니다. 최대한 힘 있게 결의해 자꾸만 후퇴하는 개혁을 돌려놓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경사노위를 활용할 뿐 아니라 올해 2∼4월 개악을 막고 개혁을 관철할 투쟁을 하고 6∼7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을 위한 투쟁에 이어 연말에는 민주노총과 기층 대중이 함께하는 사회적 총파업을 함께 추진할 것이다. 경사노위에 들어간다고 해서 투쟁도 안 하고 개혁 과제 실현을 위한 연대 활동도 안 하는 게 아니라 사회적 대화를 통해 투쟁을 활성화하고 연대를 확장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야 한다. (개혁 과제를) 교섭의 장에서 공론화하고 사회적으로 널리 알리면 이를 가로막는 게 누구인지 확인돼 투쟁은 더욱 명분을 얻고 결의도 강해질 것이다. 이를 통해 교섭력을 강화할 수 있고 '민주노총에 힘을 보태야 한다'는 여론으로 연대를 확장할 수 있다.
-- 금속노조 위원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경사노위의 자동차·조선 업종별 위원회 발족이 지지부진하다고 지적했다.
▲ 한국 사회에서 자동차, 조선, 철강 업종은 재벌과 맞물린다. 반(反)노동, 반민주, 정경유착, 부패 등 적폐의 핵심인 재벌은 산별교섭에 나오기를 완강하게 거부한다. 이들과 정면충돌하는 게 금속노조다. 민주노총은 경사노위에 참여하는 즉시 자동차·조선·철강 업종별 위원회 구성을 요구할 것이다. 조선으로부터 자동차, 철강으로 이어지는 구조조정은 '쓰나미'와 같을 텐데 이에 대비하는 노·사·정 교섭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대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국가적으로 매우 심각한 문제를 맞을 수 있다.
-- 민주노총이 경사노위에 참여하더라도 노·정관계가 악화하면 또 탈퇴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 경사노위가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만능보검'은 아니다. 노동계의 노력과 경영계, 정부가 해야 할 몫이 있다면 사회적 대화를 통해 사회 양극화 해소를 실현하는 길을 낼 수 있을 것이다. 노동시간 단축을 제대로 시행하지도 않고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을 밀어붙이는 식이라면 사회적 대화를 파탄 내는 길이 될 것이다. 민주노총이 탈퇴하느냐 안 하느냐로 볼 문제는 아니다.
-- 민주노총이 100만명에 가까운 조직이 됐다. 앞으로 민주노총은 한국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내부적으로 어떤 변화가 필요한가.
▲ 이제는 민주노총이 노·사관계의 이해 당사자를 넘어 한국 사회의 시대적 과제를 앞장서 실현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정부의 산업, 노·사관계, 공공, 재정 등의 정책도 민주노총이 대안을 갖고 바꿔내야 한다. 이를 위한 준비도 많이 해야 한다. 민주노총과 함께하려고 하는 우리 사회 '을'(乙)의 연대를 확장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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