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말레이시아 경찰이 전임 총리의 비자금 조성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는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법률 대리를 맡았던 현지 로펌을 압수수색했다.
25일 일간 더스타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경찰청은 전날 오전 쿠알라룸푸르 시내의 '라흐맛 림 앤드 파트너스' 사무실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다.
이 로펌은 골드만삭스가 2012∼2013년 세 차례에 걸쳐 말레이시아 국영투자기업 1MDB의 채권 발행을 대행할 당시 골드만삭스의 법률 대리를 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소식통은 "경찰이 요청한 서류를 로펌 측이 제공하길 거부한 까닭에 법원 명령을 받아 압수수색이 진행됐다"고 말했다.
그는 "1MDB의 법률 대리인이었던 다른 로펌은 경찰에 협조했던 까닭에 압수수색 대상이 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골드만삭스는 나집 라작 전 말레이시아 총리가 1MDB를 통해 수조 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하는 것을 도왔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1MDB가 채권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 65억 달러(약 7조3천억원)의 절반에 가까운 27억 달러(약 3조원)가량이 유용 또는 횡령됐다면서, 골드만삭스가 이런 결과가 초래될 것을 알고서도 투자자들을 속여 돈을 끌어모았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말레이시아 검찰은 지난달 골드만삭스의 자회사들과 전 임직원 2명 등을 증권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으며, 미국 법무부도 작년 11월 골드만삭스 동남아시아 사업 대표였던 팀 라이스너 등 전 임직원 두 명을 해외부패방지법 위반과 자금세탁 등 혐의로 기소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유용·횡령된 공적자금 전액과 채권 발행 수수료 6억 달러(약 6천700억원)를 합친 금액인 33억 달러(약 3조7천억원)를 훨씬 넘는 규모의 벌금이 골드만삭스에 부과되기를 원하고 있다.
림 관 엥 재무장관 등 정부 당국자들 사이에선 75억 달러(약 8조4천350억 원) 상당의 배상을 청구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하지만 골드만삭스 측은 자사 직원이 불미스러운 사건에 연루된 데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수수료 반환과 배상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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