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불화 원인 피해자 탓만…유족, 보복 두려워 엄벌 요구"
검찰 "항소할 것…범행 잔혹성·가족의 엄벌 청원 고려했어야"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아빠를 사형시켜달라'는 청와대 청원으로 국민을 안타깝게 했던 '등촌동 전처 살인사건' 범인 김 모(50) 씨에게 법원이 징역 30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피해자 가족은 처벌이 약하다고 반발했고, 검찰도 항소할 계획을 밝혔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2부(심형섭 부장판사)는 25일 살인, 특수협박, 폭행, 위치정보의보호및이용등에관한법률위반 등으로 기소된 김씨의 선고 공판에서 "최질이 극히 나쁘고 엄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렇게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이혼의 원인을 피해자의 탓으로만 돌리고 피해자를 찾지 못하게 되자 집요하게 추적했으며, 발견한 뒤에는 미행하고 위치추적을 해 피해자를 살해하기에 이르렀다"며 "이런 사실이 모두 유죄로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해자의 딸들을 비롯한 유족은 큰 슬픔과 정신적 고통을 겪었고, 보복을 받지 않을까 두려워 엄벌을 요구하고 있다"며 "다만 반성문을 통해 뒤늦게나마 유족에게 사죄 의사를 표시한 점, 다른 중대한 처벌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해 양형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작년 10월22일 오전 4시 45분께 등촌동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전 부인 A(47) 씨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작년 11월 구속 기소됐다.
김씨는 A씨가 자신을 피해 다니자 그의 승용차 뒤범퍼 안쪽에 GPS를 몰래 장착해 동선을 실시간으로 파악했다. 범행 당일에는 두 시간 전부터 아파트 주차장에서 기다리다가 새벽 운동을 나가던 피해자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했다.
당시 그는 흉기를 미리 준비했으며 신원을 숨기려고 가발을 쓰고 A씨에게 접근한 것으로 드러났다.
폐쇄회로(CC)TV에는 사건이 일어나기 며칠 전부터 김씨가 범행현장을 서성거리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김씨에게는 과거 가족들을 흉기로 협박하고 폭력을 행사한 혐의도 적용됐다.
김씨는 흉기로 가족을 위협한 부분은 인정하지 않았지만, 재판부는 "증거를 종합하면 피고인이 한 손에 칼을 들고 피해자들을 겁박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의 딸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아버지를 엄벌해달라는 청원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들 자매는 "강서구 등촌동 47세 여성 살인사건의 주범인 저희 아빠는 절대 심신미약이 아니고 사회와 영원히 격리해야 하는 극악무도한 범죄자"라며 사형을 선고해달라고 청원했다.
피해자의 딸을 비롯한 유족은 이날 재판에 직접 나와 선고 과정을 지켜봤다.
피해자의 어머니는 법정에서 김씨를 향해 "왜 내 딸을 죽였느냐"고 고함쳐 방호원들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딸 B씨는 재판 후 취재진과 만나 "우리는 사형을 원했는데 검찰은 무기징역을 구형했고, 결국 징역 30년이 선고됐다"며 "재범이 두려워 최고형을 원한 것이었는데 형이 낮춰져 아쉽다"고 말했다.
검찰도 형량이 낮다며 항소할 뜻을 밝혔다.
남부지검 관계자는 "범행이 매우 잔혹해 죄질이 좋지 않고 가족도 엄벌을 요하고 있다"며 "무기징역을 구형한 만큼 30년형은 약해 항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30년형을 복역하다 만약 가석방 등으로 사회에 복귀한다면 가족은 또 위협을 느낄 수 있다"며 "가족이 그런 상황이라면 이를 반영해 형을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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