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제법에 따른 통상적인 항해·자유로운 인도-태평양 약속"
미 해군 함정 2척 투입…작년 7월 이후 4번째 대만해협 통과
中공군기 같은 날 대만 남쪽 바시해협 비행훈련…힘겨루기 양상
中 외교부 "집의 두 마당 사이 길로 다니면서 위협해선 안 돼"
(서울·베이징=연합뉴스) 정재용 기자 김윤구 특파원 = 미국 해군 함정 2척이 24일 올해 들어 처음으로 대만해협 통과 작전을 했다.
또 같은 날 중국 인민해방군(PLA) 공군은 대만 남쪽 바시해협을 관통하는 비행훈련을 하는 등 새해 초부터 대만 주변에서 미국과 중국의 '군사적 힘겨루기'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
미국 해군 태평양함대는 24일(현지시간) 이지스 구축함 맥켐벨함(USS McCampbell)과 보급함 월터 S.딜함(USNS Walter S. Diehl)이 대만해협을 지나는 항해 작전을 했다고 밝혔다.
태평양함대 팀 고르먼 대변인은 미국 CNN 방송에 "(두 함정이) 국제법에 따라 통상적인 대만해협을 통과하는 항해 작전을 했다"고 밝혔다.
고르먼 대변인은 또 "함정의 대만해협 통과는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에 대한 미국의 약속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미국 해군은 앞으로도 국제법이 허용되는 어느 곳에서든 비행하고, 항해하고, 작전을 수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 해군 함정의 대만해협 통과 항해는 작년 7월 이후 4번째다.
미 해군은 작년 7월, 10월, 11월에도 각각 대만해협 통과 항해 작전을 수행한 바 있다.
통상적으로 미 해군은 1년에 한 차례꼴로 대만해협 통과 항해 작전을 해왔으나, 작년 7월 1년여 만에 작전을 재개한 이후 작전의 빈도를 높이고 있다.
미국은 국제수역인 대만해협에 대한 함정 통과를 '국제법에 따른 통상적인 항해'로 밝히고 있지만, 중국은 '중국의 일부'로 여기는 대만에 대한 미국의 지원으로 보고 민감하게 반응해 왔다.
대만해협은 중국과 대만 사이의 동중국해와 남중국해를 연결하는 해협으로, 길이가 약 400㎞, 너비 150∼200㎞의 지리적 요충지다.
만일 중국이 대만에 군사공격을 가할 경우 대만해협은 '지정학정 인화점'이 될 것이라는 게 군사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대만해협 함정 통과 작전 횟수를 늘린 데 대해 중국과의 무역갈등 와중에서 중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려는 뜻도 담겨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번 미 군함의 대만해협 통과 항해로 미·중 관계가 더 악화할 수 있다면서 미국과 중국이 '무역 전쟁 90일 휴전' 마감 시한인 오는 3월 1일까지 결론을 내기 위해 협상을 하고 있음을 상기시켰다.
중국 정부는 단호하면서도 절제된 반응을 보였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5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이미 미국 측에 우려를 표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만 문제는 중미 관계에서 가장 중요하고 민감한 문제"라면서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과 미중 3개 연합공보를 지키고 이 문제를 신중히 적절하게 처리해 미중 관계와 대만해협의 평화를 해치지 않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과 대만, 대만해협을 집에 비유하면서 미국 측이 신중한 태도를 보일 것을 재차 촉구했다.
어느 집의 큰 마당(중국)과 작은 마당(대만) 사이에 길(대만해협)이 있다고 할 때 행인들이 편의를 위해 이 길을 지나다니는 것은 괜찮지만 위협적 발언이나 행동을 일삼으면 이 집에 사는 가족의 안전이 위협받는다는 것이다.
대만 국방부도 24일 미 함정의 대만해협 통과 사실을 확인했다고 SCMP가 보도했다.
대만 국방부는 이와 별도로 이날 중국 인민해방군(PLA) 공군이 H-6K 전략 폭격기, KJ500 조기경보기를 포함한 다수의 군용기를 동원해 대만 남쪽 바시해협을 통과하는 군사훈련을 했다고 밝혔다.
앞서 중국 공군은 지난 22일에도 수호이-30 전투기와 산시 Y-8 정찰기를 동원해 바시해협 관통 비행훈련을 했다고 SCMP가 대만 국방부를 인용해 보도한 바 있다.
바시해협은 대만과 필리핀의 바탄제도 사이에 있는 해협이다. 너비는 150km 정도에 이르며, 동쪽의 태평양과 서쪽의 남중국해를 연결하는 군사적 요충지역이다.
특히 중국 인민해방군의 잇단 바시해협 관통 비행훈련은 존 리처드슨 미국 해군 참모총장이 '대만 문제 간섭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중국에 맞서 '대만해협에 항공모함을 투입할 수도 있다'고 맞경고한 직후 이뤄져 관심을 끌고 있다.
리처드슨 해군 참모총장은 지난 18일 일본 도쿄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대만을 상대로 잇따라 무력시위를 하는 것과 관련해 대만해협을 통과하기 위해 미국 항모를 파견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은 중국이 군사적으로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항공모함의 경우 10년 넘게 대만해협에 투입하지 않고 있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2016년 민진당 출신의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집권한 이후 대만 주변에 대한 해상과 공중 순찰 및 훈련을 정기적으로 하고 있다.
SCMP에 따르면 인민해방군은 2016년 8월부터 2017년 12월 사이 대만 주변에서 모두 27차례의 해상과 공중 순찰 작전을 했다.
이 가운데 2차례 작전에는 항공모함 랴오닝함 전단도 동원됐다.
이달 초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대만 통일' 언급을 계기로 인민해방군의 대만에 대한 군사적 압박이 강화될 것으로 군사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앞서 시 주석은 지난 2일 '대만 동포에 고하는 글 발표 40주년 기념회' 연설에서 시 주석은 "우리는 평화통일에 최선을 다하겠지만 무력 사용을 포기하겠다고 약속하지 않으며 모든 필요한 조처를 한다는 옵션을 놔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jj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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