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10주년 정규 2집 내고 다음 달 콘서트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좋아서 하는 밴드'에서 베이스를 치고 작사·작곡을 하던 안녕하신가영(본명 백가영·32)이 오랜만에 정규 2집 '특별히 대단할 것'으로 돌아왔다.
일상을 스치는 단어를 섬세하게 붙잡는 솜씨는 여전하다. 20대 때 그의 작품이 달콤한 분홍빛이었다면, 이번에는 싸락눈 오기 전 하늘과 같은 잿빛이다.
안녕하신가영은 지금 어떤 겨울을 나고 있을까. 종로구 수송동에서 마주 앉아 밀린 이야기를 들어봤다.
부산 출신의 안녕하신가영은 2009년 좋아서하는밴드(이하 좋아밴) 베이스 연주를 도우러 갔다가 아예 정식 멤버가 됐다. 각자 곡을 쓰고 부르는 전통에 따라 얼떨결에 작곡을 시작했다. 처음 발표한 '인생은 알 수가 없어'가 크게 사랑받았고, '잘 지내니 좀 어떠니'는 KBS 예능 '1박2일'에 삽입되며 인기를 끌었다. 재능을 발견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는 2013년 좋아밴을 떠났다.
"저는 혼자 고민을 많이 해야 하는 스타일인데 밴드는 그런 체제가 아니에요. 다 같이 뚱땅거려야 하죠. 사람과의 관계도, 여기저기 지방 스케줄을 다니는 것도 힘들었어요. 차라리 지금이라면 재미있게 활동했을 텐데 어리고 내성적이던 저한테는 버거웠나 봐요. 튀지 않는 악기인 베이스를 하던 사람으로서 대중 앞에서 말하고 노래하는 게 어색했거든요."
홀로서기 하고선 '안녕하신가영'이라는 이름을 택했다. '백가영'이라는 본명이 뮤지션답지 않은 듯했고, 이름만으로 안부를 묻고 싶어서였다. 이 이름으로 정규 1집 '순간의 순간'과 단편집 '우울한 날들에 최선을 다해줘' 등 숱한 작품을 냈다.
신보에는 슬럼프를 겪으며 느낀 감정이 축축하게 배어 있다.
앨범 타이틀과 동명의 수록곡 '특별히 대단할 것'에서는 '어디선가 또 새롭게 좋은 사람이라도 되는 날엔/ 친해질 수 없는 나만 또 늘려/ 익숙한 그림자에도 낯이 설다'고 고백한다.
그러다 '특별히 대단할 것이 없어 자주 슬퍼지곤 했던 내가/ 아무도 아닌 이는 아니었음을/ 특별히 대단할 것도 없어 자주 슬퍼지곤 했던 나도/ 특별히 대단할 것'이라며 툭툭 털고 일어난다.
"불필요한 말을 많이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날이면 굉장히 기력이 없어요. 혼자 있을 땐 허무함을 많이 느껴요. '음악 하는 게 뭐 그리 대단해?'라는 생각도요. 그런데 어느 순간 그렇게 사는 게 나쁘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우린 세상에서 유일한 사람이잖아요. 대단한 일을 해서 대단한 게 아니라, 존재 자체로 특별하다는 걸 인정하기까지 오래 걸렸어요. 그런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어요."
앨범에서 그는 다양한 인간관계를 조명한다. 사랑을 지키려면 '서로'가 아닌 '자신'을 지켜야 한다고 말하고(이 별만은 모르지 않게), 가족에게 손님이 되고 싶진 않다고(손님) 털어놓는다. 지하철에 몸을 실은 직장인의 삶을 들여다보고(2호선), 힘들어하는 친구에게 선뜻 기대라고 말하지 못하는 자신을 자책하기도(유일하게 그러지 않아도 되는 너) 한다. 타이틀곡 '꿈속'은 남성 싱어송라이터 마인드유가 피처링한 노래다.
"결국은 다 사랑 노래예요. 하지만 사랑의 형태는 다양하잖아요. 가족 간 사랑, 다른 사물에 대한 사랑…. 직설적인 사랑 노래는 굳이 제가 하지 않아도 너무 많이 만들어져 있으니까요. 또 쓰고 싶을 때 쓸 거예요. 11곡을 담으면서 아쉬움을 남기지 않으려고 욕심내다 보니 참 힘들었거든요. 앨범 내고 나면 한동안 곡을 못 쓸 거라 생각했는데, 정말 신기하게도 이번 달에 곡이 또 써지더라고요. 역시 이 일을 해야 하는 사람인가 싶어요.(웃음)"
안녕하신가영은 지난해 10월 좋아밴 10주년 콘서트에 특별 게스트로 함께했다. 밴드는 따뜻하게 옛 동료를 맞이했고, 오랜 팬들은 포근하게 품을 열어줬다.
"정말 좋았죠. 오랜만이라 떨리더라고요. 그래서 노래 잘못했어요.(웃음) 언니 오빠들이 변한 모습도 있지만 그대로인 모습도 있어서 반가웠어요. 좋아밴은 역시 그 세 멤버가 유지해야 하는 팀이란 걸 느껴요."
이제 안녕하신가영은 오는 2월 16∼17일 서울 이화여자고등학교 100주년 기념관에서 홀로 콘서트를 연다. 그는 팬들에게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남겼다.
"처음, 가장, 제일 좋은… 이런 단어는 뭔가 불완전하고 슬프게 느껴져요. 이 앨범이 제게 정규 2집이듯, 여러분에게 두 번째로 좋은 앨범이면 좋겠어요. 어두운 노래도 많지만 듣는 분들에게 기분 좋은 앨범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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