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습지센터 정밀조사 결과 공개…829종 생물 보금자리
(광주=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도심에 인접했지만 멸종위기종을 비롯해 다양한 야생생물의 주요 서식처입니다. 관리와 보전 필요성이 높습니다."
25일 광주 광산구청에서 열린 황룡강 장록습지 보호지역 지정 주민 토론회에서 이정환 환경과학원 국립습지센터장은 장록습지 정밀조사 주요 결과를 이렇게 설명했다.
국가 습지보호지역 지정 절차에 따라 전국내륙습지 정밀조사를 수행하는 국립습지센터는 광주시 요청으로 지난해 3월부터 12월까지 서식처 환경조건 차이에 따라 3개 구역으로 나눠 황룡강 장록습지 정밀조사에 나섰다.
장록습지는 도심을 통과하는 하천습지로 광산구 호남대학교 인근 황룡강교 일원에서 영산강 합류부까지 3.06㎢에 이른다.
습지 면적 대부분이 국유지(3.04㎢)이며 사유지는 0.02㎢에 불과하다.
정밀조사 결과 장록습지는 식물플랑크톤을 포함해 서식지 환경 특성을 반영한 생물 829종의 보금자리다.
천연기념물이기도 한 수달을 포함해 삵, 새호리기, 흰목물새떼 등 멸종위기종 4종의 서식을 확인했다.
상류와 산지의 생태 연결성이 높아 인간 간섭이 낮은 지역을 중심으로 포유류 10종이 출현했다.
도심과 인접한 데도 습지 내 식생이 안정적으로 발달해 산새류와 물새류 등 조류 72종이 서식지로 삼고 있다.
수심, 하상, 유속이 다양하고 여울과 소가 곳곳에 형성돼 우렁이·다슬기·이매패류 등 담수무척추동물 48종이 산다.
다양성은 낮은 편이나 식물 179종이 확인됐다. 낚시꾼 방문이 잦은 지역에서는 생태계 교란 귀화식물 출현 빈도가 높았다.
피라미, 점줄종개 등 한국특산종 5종을 포함한 어류 25종이 분포했다.
산지보다 하천을 선호하는 양서·파충류가 7종 발견돼 다양성이 비교적 높은 편이다.
육상 곤충은 320종에 달했는데 인위적 훼손과 오염이 덜한 상·하류 구간의 다양성이 높았고, 초지대 서식지를 선호하는 종이 주로 발견됐다.
지형은 일부 변화가 이뤄지기는 했으나 60년 이상 자연하천 원형을 유지하며 퇴적지를 넓게 형성했다.
도심과 가깝고 공원, 체육시설이 주변에 자리해 인간 간섭 위협은 높았다.
수질은 양호한 편이나 상류 쪽 경작지에서 흘러들어온 부유물로 탁하고, 지류 하천으로부터 생활하수 등이 유입돼 부영양화 위험이 높다.
물억새·버드나무·달뿌리풀 등이 군락을 이룬 식생은 야생동물 이동통로와 피난처, 휴식처로 이용됐다.
국립습지센터는 이러한 장록습지 정밀조사 결과에도 개발사업 차질을 우려하는 반대 여론 속에서 국가 보호지역 지정 추진은 어렵다는 입장을 최근 광주시에 전했다.
국가 습지보호 지역 지정은 정밀조사 결과를 토대로 공식 건의가 제기된 지역을 대상으로만 절차를 진행한다.
환경부 예산 범위 안에서 1년에 한두곳 정도 관련 사업을 시행한다.
전국에는 현재 45개의 습지가 국가 보호지역으로 지정돼 있다. 면적으로는 총 36만6천692㎢다.
장록습지보다 생물 다양성이 뛰어난 습지는 전국 곳곳에 분포해있지만, 도심에 자리한 국가 보호 습지는 지금껏 없었다.
반대 여론이 돌아서서 장록습지가 국가 보호지역으로 지정되면 환경부는 사유지를 사들여 보전 및 복원, 생태 탐방로와 학습관 조성 등 사업을 추진한다.
주민환경감시원과 자연환경해설사를 채용하는 등 인적 지원도 병행한다.
광주시 관계자는 "장록습지 보호지역 지정으로 관광객 유입, 요식업 등 관련 산업 성장, 일자리 창출, 특산품 판로 개발 등 신규사업 발굴과 지역 경제 성장도 기대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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