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직원 징계요구 무시한 임원진 해임했지만 법원 "해임은 과도"
교육청이 사학법인 제어 수단 부족…사학법 개정 목소리도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서울시교육청과 학교법인 동구학원이 '법인 임원진 해임'을 두고 2년 반 가까이 벌인 소송전이 사실상 법인의 승리로 끝났다.
27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최근 교육청은 동구학원이 제기한 임시이사 선임처분 취소 소송에서 '교육청은 임시이사 선임처분을 취소하고 동구학원은 소송을 취하한다'는 법원의 조정 권고를 수용했다.
이에 따라 교육청은 동구학원 임시이사 선임처분을 직권취소했다.
교육청과 동구학원 간 '분쟁'은 2012년 시작됐다.
교육청은 2012년 내부제보를 토대로 동구학원과 학원이 운영하는 동구여자중학교, 동구마케팅고를 특별감사해 비위를 적발하고 관련자를 징계했다. 또 배임수재와 업무상횡령 혐의로 집행유예 상태였던 행정실장의 당연퇴직을 요구했다.
동구학원은 교육청 요구를 이행하지 않았다. 이에 교육청이 2015년 재차 특별감사를 벌여 추가 횡령과 내부제보자를 탄압한 정황을 확인하고 관련자 징계와 시정을 요구했지만, 이 역시도 이행되지 않았다.
결국 교육청은 2016년 동구학원 이사와 감사 전원의 임원취임승인을 취소(해임)한 뒤 이듬해 임시이사를 파견했다.
동구학원은 교육청 조치에 즉각 행정소송을 제기하며 맞섰고 연이어 승소했다.
2017년 11월 서울행정법원은 동구학원 임원들이 교육감을 상대로 제기한 '임원취임승인 취소처분 취소 소송'에서 "임원 모두를 해임해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보다 임원들의 사익과 사립학교의 자주성을 침해하는 정도가 현저히 크다"며 임원들 손을 들어줬다.
당시 법원은 "임원 전원에 대한 취임승인 취소는 학교 설립·운영의 자유를 크게 제한하므로 최후수단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행정실장에 대해서는 동구학원 정관상 당연퇴직 대상이 아니라고 밝혔다.
교육청은 판결에 불복해 고등법원에 항소했으나 기각됐고 이어 대법원에 상고했으나 '심리불속행기각'으로 재판을 받아보지도 못했다.
이런 가운데 동구학원 임원들이 낸 '임시이사 파견처분 효력정지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이면서 임원들은 2017년 11월 법인운영에 복귀했다. 효력정지신청이 인용된 데 대해서도 교육청이 고법에 항고했으나 기각됐다. 대법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교육청은 법원이 임시이사 파견의 전제인 '동구학원 임원 해임'을 과도하다고 지적한 마당에 더 소송을 이어가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보고 조정권고를 수용하기로 했다.
교육계에서는 현행 사립학교법상 동구학원 같은 사학법인이 교원징계 등 교육청의 요구를 무시하더라도 교육청이 이를 제재할 별다른 수단이 없다는 점에서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교육청이 사학법인에 쓸 수 있는 '무기'는 사실상 임원취임승인 취소 밖에 없다. 그러나 법원이 '임원취임승인 취소는 과도하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리는 경우가 잦아 '세금으로 소송비용만 낭비하게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청의 교원징계요구를 받고도 일정 기간 내 징계의결을 하지 않은 법인에 과태료를 부과하는 사립학교법 시행령 개정안이 입법예고 상태지만 과태료가 최대 1천만원에 불과해 실효성이 의문시된다.
동구학원이 운영하는 동구여자중학교 학생과 학부모들은 사립학교법에 사학법인의 교원징계권을 제어할 규정이 없는 것은 국회의 '입법부작위'에 따른 것이라며 헌법소원을 내기도 했다.
jylee2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