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농도 미세먼지는 재난…중국 탓만 할 수 없어"

입력 2019-01-27 07:00  

"고농도 미세먼지는 재난…중국 탓만 할 수 없어"
서울시 황보연 기후본부장 "작년 미세먼지 역대 최저이나 고농도 탓 체감 못 해"
"중국 영향 40%안팎, 북한은 8%…국내 요인도 줄여야"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고현실 기자 = "고농도 미세먼지는 재난입니다. 정부가 나서 각 시·도와 함께 더 강력한 저감 정책을 펴야 합니다."
황보연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장은 지난 24일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수도권뿐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가 관리 대상이 돼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황 본부장은 "중국 요인은 40% 안팎, 북한은 약 8%로 추정된다"라며 국내 요인이 절반가량 되는 만큼 국민도 저감 정책에 동참해달라고 호소했다.
지난해 서울 미세먼지(PM-10) 농도는 40㎍/㎥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국민의 체감 지수는 악화일로다.
황 본부장은 "통계를 보면 1970∼1980년대 미세먼지가 지금보다 2∼3배 나빴다"고 말했다.
그는 "그때보다 지금 미세먼지 평균치는 좋아졌지만, 고농도로 발생하다 보니 국민이 체감하기 어려운 것"이라며 "또한 예전에는 미세먼지가 발생해도 하루 정도 나빴다가 해소됐는데 요즘에는 며칠씩 나쁜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대기 질은 2010년대 중반까지 꾸준히 개선됐다.
1984년부터 1994년까지 총먼지(Total Suspended Particle) 수치는 1984년 210㎍/㎥, 1988년 179㎍/㎥에서 1994년 78㎍/㎥로 떨어졌다.
정부가 미세먼지(PM-10)를 측정하기 시작한 1995년 당시 농도는 78㎍/㎥로 작년(40㎍/㎥)의 두 배에 달했다.
서울 미세먼지 농도는 이후 도시가스 보급 등으로 개선 추세를 보이다 2012년부터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2002년 76㎍/㎥에서 2012년 41㎍/㎥로 낮아진 후 2017년까지 45㎍/㎥ 안팎을 오갔다.
2002년 40㎍/㎥에 달했던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2011년부터 23∼26㎍/㎥에 머물고 있다. '보통'(16∼35㎍/㎥) 수준이긴 하나 '좋음'(15㎍/㎥ 이하)과는 거리가 멀다.

황 본부장은 미세먼지 개선세가 더뎌진 주요 원인으로 기후 변화와 중국을 꼽았다.
그는 "2010년대 중반부터 연 평균 풍속이 줄고 겨울 가뭄이 심해지면서 난방으로 발생한 미세먼지가 한반도 상공에 머무는 경우가 늘었다"고 말했다.
여기에 중국에서 오염물질까지 넘어오면서 최근 대기 질이 급격히 악화했다는 설명이다.
일반적으로 차량과 보일러 등에서 주로 나오는 질소산화물은 국내 요인이 크고, 공장과 발전소 등에서 배출되는 황산화물은 중국 영향이 큰 것으로 본다.
작년 3월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했을 때는 질소산화물이 급증했던 반면, 이달 중순 발생한 고농도 미세먼지는 질소산화물과 황산화물이 비슷한 추세로 늘어 중국 영향이 작년 3월보다 컸다는 게 황 본부장의 설명이다.
북한발 요인도 무시하기 어렵다.
황 본부장은 "작년 11월 발생한 고농도 미세먼지는 만주에서 북한을 타고 수직으로 내려왔다"며 "북한 요인이 10% 이상이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주목할 점은 국내 요인이 절반가량 된다는 점이다.
황 본부장은 "국내 미세먼지 농도가 제자리걸음을 하는 사이 중국은 크게 떨어졌다"며 "이 기간 중국 영향은 줄고, 국내 영향이 늘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2013년 이후 중국 베이징의 미세먼지는 35%(2017년 기준) 줄었다. 중국 정부가 미세먼지 감소를 위해 오염물질 배출 공장을 단속하고, 대도시 차량 통행량을 제한한 결과였다.
반대로 국내에서는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가 52기에서 65기로, 수도권 경유차는 293만대에서 408만대로 늘었다.
황 본부장은 "중국 탓만 해서는 안 된다"며 "국민도 '내가 생활 속에서 미세먼지를 만들고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지역 미세먼지는 난방·발전 부문(39%)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다. 이중 가정용 보일러가 차지하는 비율이 46%에 이른다.
서울시는 작년 10월부터 대기 질 개선을 위해 2022년까지 가정용 노후보일러 25만대를 친환경 콘덴싱 보일러로 교체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친환경 콘덴싱 보일러는 일반 보일러보다 20만원가량 비싸지만, 열효율이 높아 난방비가 매년 13만원 정도 적게 나온다. 질소산화물(NOx) 배출농도는 20ppm으로 일반 보일러(173ppm)의 11.7%에 불과하다.

황 본부장은 "일반 (노후)보일러는 공해 보일러다. 시민이 피해자이자 가해자가 되는 것"이라며 "정부가 나서 질소 배출기준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일반 보일러를 시장에서 퇴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 법령이 바뀌지 않는 한 지자체가 할 수 있는 것은 매우 제한적"이라며 "국회가 빨리 관련 법의 범주를 전국으로 확대하고, 정부는 시·도에 권한을 포괄적으로 위임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부 방안으로는 미세먼지 주의보 발령 시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은 자율 등원으로 하고, 마을버스나 소형 트럭을 친환경 차량으로 교체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최근 논란이 된 마스크 효과에 대해서는 "마스크는 불가피하게 나갈 때만 쓰는 것"이라며 "근본책은 미세먼지 노출을 최소화, 즉 나가지 않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okk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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