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미중 무역협상 '재격돌'…지재권 등 핵심쟁점 풀릴까

입력 2019-01-27 07:09   수정 2019-01-27 09:34

이번주 미중 무역협상 '재격돌'…지재권 등 핵심쟁점 풀릴까
"中 상무부·재정부 부부장 28일 워싱턴 도착, 협상단에 인민은행장 포함"
낙관론-비관론 교차…'구조적 문제' 해결은 난망

(서울=연합뉴스) 김치연 기자 =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이 오는 30∼3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예정된 가운데 이번 협상에서는 앞선 차관급 협상에서 풀지 못한 중국의 지적 재산권 보호와 기술이전 강요, 환율문제 등이 핵심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장관급 회담에는 시진핑 주석의 경제 책사인 류허 중국 부총리와 대중 강경파로 거론되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협상단을 이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번 장관급 협상을 준비하기 위해 왕셔우원(王受文) 중국 상무부 부부장(차관)과 랴오민(廖岷) 재정부 부부장이 28일 워싱턴에 도착할 예정이며 이번 협상단에 이강 중국 인민은행장도 포함됐다고 지난 25일 보도했다.
미중은 앞서 지난 7∼9일 중국 베이징에서 차관급 협상을 벌였다.
차관급 협상 결과 무역 불균형 문제는 진전을 이뤘으나 중국의 지식재산권 도용과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에 대한 기술이전 강요 등 구조적 문제는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지난 18일 폭스 비즈니스 네트워크와의 인터뷰에서 "기술 문제(기술 도둑질)와 합의이행 강제의 문제는 다뤄지지 않았다"며 "상품문제와 관세율 문제는 제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협상은 차관급에서 장관급으로 격상된 데다 양측이 약속한 무역 전쟁 '휴전'의 데드라인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만큼 '난제'로 여겨지는 구조적 문제와 환율, 합의이행 장치가 핵심쟁점이 될 전망이다.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이른바 '기술 도둑질'로 불리는 불공정 관행을 제도적으로 개선할 것을 중국에 요구했으나 중국은 이를 부인해왔다.



중국은 '구조적 변화'에 대해서는 물러서지 않으면서도 차관급 협상 이후 미국산 제품 수입을 늘리겠다고 밝히는 등 무역 불균형 해소를 통해 미국 달래기에 나섰다.
중국은 미중 간 무역 불균형 해소를 위해 2024년까지 총 1조 달러 이상의 미국산 제품을 구매해 대미 무역흑자를 '제로'(0)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제안하는 데 이어 미국산 밀과 대두(메주콩) 수입량 증대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의 유화책에도 백악관 내부에서는 회의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협상의 핵심쟁점인 구조적 문제와 합의이행 문제 등 정작 다른 중요한 쟁점들은 봉합해버리고 '무늬만 합의'로 끝나는 게 아니냐는 비관론이 커지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식시장을 떠받치려고 무역적자만 줄이고 실질적 의미가 없는 구조적 변화를 담은 합의를 수용할 수도 있다고 라이트하이저 대표가 동료들에게 우려를 털어놓고 있다고 보도했다.
야당에서도 협상에 대한 우려가 관측되고 있다.
리처드 닐(민주·매사추세츠) 하원 세입위원장은 "미중 무역 관계의 근본적 재설정을 위해 총력을 다하지 않는 건 미국 경제, 미국 노동자, 산업, 소비자, 혁신가에 대한 배신"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협상을 앞두고 중국의 양보를 더욱 압박하는 모양새다.
커들로 NEC 위원장은 22일 CNBC 방송 인터뷰에서 "합의이행이 무역협상의 성공에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면서 "우리가 원하는 건 시한(Deadlines)과 시간표(Timetable) 같은 이행장치와 다양한 구조적 문제를 전부 다루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4일에는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부 장관이 미국 주요 도시 시장들이 참석한 한 콘퍼런스에서 환율도 협상 의제에 있다고 발언했다.
미국은 중국이 수출에 유리하도록 환율에 개입하고 있다고 비난해왔다.



미중 정상은 작년 12월 1일 만나 올해 3월 1일까지 90일 동안은 상대국에 고율의 추가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무역 전쟁 휴전'에 합의한 뒤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만약 오는 3월 1일까지 합의가 도출되지 않으면 트럼프 행정부는 계획대로 2천억 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부과하고 있는 관세의 세율을 10%에서 25%대로 인상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현재 중국 경제는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으며 그 원인으로 고율 관세도 일부 거론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무역협상이 결렬돼 중국의 경제여건이 더 악화하면 경기둔화 조짐을 보이는 세계 경제도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협상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무역협상 결과를 두고 낙관론과 비관론이 엇갈리고 있다.
윌버 로스 미국 상무부 장관은 24일 CNBC 방송 인터뷰에서 "해결책에 도달하는 데까지는 아직 몇 마일이나 떨어져 있고 솔직히 그게 너무 놀라운 일도 아닐 것"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래리 커들로 위원장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류허 부총리가 결단력을 발휘할 것"이라며 합의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미중이 충돌을 피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어 최악의 상황은 막을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구조적 문제 조정은 시간이 걸리는 문제들이라 무역 전쟁이 장기화할 가능성은 매우 커 보인다"고 내다봤다.
chic@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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