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도안 "시리아, '아다나 의정서'로 터키에 군사작전 재량부여"
외무 "터키 단독으로 설치할 역량 있다…러, 터키 군사작전 인정"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시리아 북부 쿠르드 지역에 터키군이 통제하는 '안전지대'를 구축하는 데 '몇달'이면 가능하다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장담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동부 에르주룸에서 열린 행사에서 "우리는 안전지대(안보지대), 즉 우리나라를 테러범으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할 (터키와 시리아 사이) 완충지대를 구축하는 데 몇달이 걸리리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1998년 터키와 시리아가 체결한 '아다나 의정서'에 따라 터키는 시리아에서 합법적으로 쿠르드 민병대 '인민수비대'(YPG) 토벌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시리아가 아다나 의정서에서 쿠르드 분리주의 무장단체 '쿠르드노동자당'(PKK) 지원을 중단하기로 했고, 터키가 시리아에 군사적으로 개입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고 말했다.
YPG는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 격퇴전에서 미군 주도 국제동맹군의 지상군 역할을 수행했으나, 터키는 이 세력을 PKK 분파 테러조직으로 여긴다.
전날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무장관도 터키 매체 아하베르 TV에 출연해 "터키는 단독으로 안전지대를 구축하고 필요한 대책을 시행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차우쇼을루 장관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3일 에르도안 대통령과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아다나 의정서를 거론한 것을 두고, 푸틴 대통령이 터키의 시리아 군사개입에 청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달 1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터키에 쿠르드를 공격하지 말라고 경고를 보내면서 시리아 북부에 '폭 20마일(약 32㎞) 안전지대' 설치안을 제시하자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틀 후 "미군 철수 후 터키가 안전지대를 구축할 것"이라며 발 빠르게 대응했다.
안전지대는 일반적으로 적대관계에 있는 쌍방 사이에 충돌을 막고자 설치하는 비무장 완충지대를 가리킨다.
그와 달리 터키의 안전지대 구상은 현재 시리아 북동부 국경지역을 통제하는 쿠르드 민병대 '인민수비대'(YPG)를 안전지대에서 몰아내고 터키군이 주둔하며 안보를 관리하겠다는 내용이다.
터키 관영 아나돌루통신 보도에 따르면 터키 정부는 앞서 터키군이 사실상 점령한 시리아 북서부 외에 북동부 국경선 약 490㎞를 따라 폭 30㎞ 안전지대를 구축하는 계획을 세웠다.
이 구상이 실현된다면 터키는 YPG의 거점 도시 코바니, 탈아브야드, 까미슐리를 포함해 시리아 북부 1만5천㎢를 장악하게 된다.
미국과 터키는 안전지대의 세부사항을 놓고 협의 중이다.
쿠르드 세력은 터키의 안전지대 구상이 시리아 북동부 점령안이라며 즉시 반대했다.
YPG 고위 지휘관 시판 헤모는 25일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만약 시리아 북부에 안전지대를 설치한다면 유엔이 통제하는 형태여야 하며 터키는 안전지대 설치·관리에서 배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터키의 위협 아래 놓인 쿠르드 세력은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정권과 타협을 모색하고 있다.
YPG를 주축으로 구성된 '시리아민주군'(SDF) 총사령관 마즐룸 코바니는 이날 AFP와 인터뷰에서 "(아사드 정권과) 논의를 하고 있지만 긍정적인 결론에 도달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tr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