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 정당 대표 "민주주의 위기의 증거"…SNS에선 동정·비난 엇갈려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동성애자 권리를 옹호해온 브라질 좌파 정당 소속 연방의원이 살해 위협을 견디지 못하고 의원직을 스스로 포기했다.
25일(현지시간)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사회주의자유당(PSOL) 소속 제안 윌리스(44) 연방하원의원은 자신에게 가해지는 지속적인 살해 위협 때문에 공직을 수행하기 어렵다며 의원직을 내놓았다.
현재 외국에 체류 중인 윌리스 의원은 당분간 브라질로 돌아가지 않고 연구 활동에 전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윌리스 의원은 소셜미디어(SNS)에 "위협받는 생명을 지키는 것도 더 좋은 날을 위해 싸우는 전략"이라면서 "새로운 시기가 오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며, 모두에게 감사한다"고 인사말을 남겼다.
윌리스 의원은 브라질에서 처음으로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힌 연방의원으로 잘 알려져 있다. 연방하원에서 동성애자 권리를 옹호하는 법안을 주도하면서 보수우파 진영으로부터 비난의 표적이 됐다.
지난해 10월 연방의원선거에서 리우데자네이루를 지역구로 출마한 윌리스 의원은 2만3천295표를 얻어 3선에 성공했다. 세 번째 임기는 2월 1일부터 시작될 예정이었다.
윌리스 의원은 지난해 3월 같은 당 소속 마리엘리 프랑쿠(38) 시의원이 피살되기 전부터 살해 위협에 시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프랑쿠 시의원이 살해되고 나서 윌리스 의원은 경찰의 경호를 받으며 활동해 왔다.
프랑쿠 시의원은 리우 시 북부 에스타시우 지역에서 승용차를 타고 집으로 가던 중 괴한들의 총격을 받아 현장에서 숨졌다.
리우 빈민가 출신의 흑인이며 성소수자로 알려진 프랑쿠 시의원은 인권단체에서 활동했으며 경찰 폭력을 강도 높게 비난해 왔다. 이 때문에 보복살해 가능성을 의심하는 주장이 제기됐으나 지금까지 범인은커녕 용의자도 체포되지 않았다.
한편, 윌리스 의원의 의원직 포기 발표를 두고 소셜미디어(SNS)에서는 동정론과 비판적 의견이 쏟아졌다.
사회주의자유당의 줄리아누 메데이루스 대표는 "브라질의 민주주의가 위기에 빠졌다는 증거"라면서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 정부에서 소수자 인권 보호가 취약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에 윌리스 의원의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우파 민주당(DEM) 소속 호드리구 마이아 연방하원의장은 "윌리스 의원의 결정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연방의원 누구도 살해 위협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누구도 연방의원을 위협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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