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의조 3차례·황희찬 1차례·김진수 1차례 등 5차례 '골대 저주'
나상호·기성용 부상으로 소속팀 복귀…이재성 조별리그 1차전 부상으로 '개점휴업'
(아부다비=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 59년 만에 아시안컵 정상 탈환에 도전한 벤투호의 여정이 '부상 악재'와 '골대 불운'에 막혀 끝내 8강에서 멈췄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5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의 자예드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카타르와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전에서 0-1로 무릎을 꿇으면서 우승의 꿈이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한국 축구가 역대 아시안컵에서 8강 탈락의 고배를 마신 것은 2004년 대회 이후 15년 만이다.
2007년 대회와 2011년 대회에서 연속 3위를 차지한 한국은 2015년 대회에서 결승에 올랐지만 호주에 패하면서 우승 기회를 날렸다.
한국은 '벤투호 체제'로 도전한 이번 아시안컵에서 내심 우승을 기대했지만 8강의 고비를 넘지 못하고 팬들에게 아쉬움을 전했다.
다만 이번 대회부터 참가팀이 24개 팀으로 늘어난 만큼 한국은 녹아웃 스테이지에서 두 경기째 만에 떨어진 터라 16개국이 참가한 대회와 비교하면 4강에 오른 것과 비슷한 성과다.
그렇다고 해도 '아시아 맹주'를 자처하는 한국이 이번 아시안컵에서 거둔 8강의 성적은 팬들의 눈높이를 맞추기에는 역부족이다.
벤투호는 이번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부터 부상 악재에 시달렸다.
아시안컵 최종엔트리 합류가 유력했던 공격형 미드필더 남태희(알두하일)는 지난해 11월 호주 원정으로 치른 우즈베키스탄과 평가전에서 오른쪽 무릎을 다쳤다.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결과 전방 십자인대 파열로 진단돼 결국 아시안컵 출전이 불발됐다.
벤투호는 지난달 23일 아부다비 전훈 캠프를 시작하면서부터 부상자를 떠안고 훈련에 나섰다.
앞서 울산 전지훈련 당시부터 황인범(대전)과 주세종(아산)이 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아부다비 전훈에서는 나상호(광주), 홍철(수원), 김진수(전북)가 훈련 도중 다치면서 부상자로 가세했다.
결국 나상호는 무릎 부상이 회복되지 않아 필리핀과 조별리그 1차전을 하루 앞두고 이승우(엘라스 베로나)와 전격적으로 교체되는 아픔을 겪었다.
그런 와중에 필리핀과 조별리그 1차전에서는 '중원의 핵심' 기성용(뉴캐슬)이 햄스트링을 다치고, 이재성(홀슈타인 킬)마저 발가락 부위 근육을 다쳤다.
설상가상으로 백업 수비수 자원인 권경원(톈진)도 허벅지 통증으로 한동안 팀 훈련에서 빠져야만 했다.
재활이 순조로운듯했던 기성용은 지난 18일 정상훈련에 복귀했지만 이틀 만에 통증이 재발했고, 더는 경기에 나설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소속팀으로 복귀했다.
설상가상으로 황희찬(함부르크)도 바레인과 16강전에서 사타구니 부위 왼쪽 내전근에 염좌가 발생해 카타르와 8강전에 결장했다. 벤투호로서는 이미 이재성에 이어 황희찬까지 다치면서 측면 날개 자원에 교체 카드를 잃어버린 꼴이 됐다.
부상자가 속출하는 과정에서 대표팀 의무 트레이너 2명이 대한축구협회와 재계약 문제 때문에 팀을 떠나고 새로운 인력이 투입되는 해프닝까지 벌어져 팀 분위기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었다.
부상 악재도 안타까웠지만 이번 대회에서 유독 골대를 많이 때리는 '골대 불운'이 쏟아진 것도 벤투호의 결승 진출에 걸림돌이 됐다. 결정력 부족의 측면도 있지만 운도 따르지 않았다.
이번 대회에서 2골을 터트린 황의조(감바 오사카)는 무려 3차례나 골대를 때렸다.
황의조는 키르기스스탄과 조별리그 2차전에서 헤딩으로 한 차례, 왼발 슈팅으로 한 차례씩 두 번이나 골대를 때렸고, 중국과 조별리그 최종전에서도 또다시 감아 차기 슈팅이 골대를 맞았다.
이에 앞서 황희찬도 키르기스스탄전에서 완벽한 득점 찬스를 맞았지만 슈팅이 크로스바를 맞고 나가며 아쉬움을 곱씹었다.
조별리그에서 '골대 불운'이 없었다면 벤투호의 분위기가 더욱 좋아질 수 있었지만 다득점이 나오지 않으면서 선수들의 부담감도 커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가장 아쉬운 장면은 카타르전이었다. 먼저 실점하며 0-1로 끌려가던 후반 32분 이청용(보훔)이 페널티지역 오른쪽 부근에서 유도한 프리킥을 김진수(전북)가 찼지만 카타르의 오른쪽 골대를 맞고 튕겨 나간 장면이었다.
한국 대표팀의 이번 대회 5번째 골대 불운이었다.
공교롭게도 한국은 김진수의 슈팅이 골대를 맞고 나온 지 1분 만에 카타르의 압델아지즈 하팀에게 결승 골을 헌납해 더욱 안타까울 수밖에 없었다.
horn9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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