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장에 응급 의료장비 하나 없어…자체 요원 보유 규정, 말 뿐"
(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통신원 = 미국 온라인 쇼핑의 최강자안 '아마존'(Amazon)이 물류 창고에서 근무하다 심장마비로 숨진 50대 직원의 유가족으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25일(현지시간) 시카고 트리뷴 등에 따르면 일리노이 주 시카고 근교 졸리엣의 아마존 주문처리센터(FC)에서 지난 2017년 1월 갑자기 쓰러져 숨진 토머스 베커(당시 57세)의 부인 린다 베커(64)가 금주 초 관할구역 윌 카운티 법원에 아마존과 시설 책임자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베커는 소장에서 "남편이 쓰러진 후 즉각적인 의료 지원을 받지 못해 사망에 이르게 됐다"며 최소 5만 달러(약 5천500만 원)의 피해 보상을 요구했다. 그는 이번 소송에 대해 "또다른 인명 피해를 막으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설비 유지보수 기술자인 토머스는 사고 당시 가슴을 움켜쥐며 바닥에 쓰러졌고, 옆에 있던 동료들에게 "나를 죽게 내버려 두지 말아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직원들이 졸리엣 소방서에 응급구조 요청 전화를 할 때까지 25분이 소요됐다. 아마존 주문처리센터에서 소방서까지 거리는 800m에 불과하다.
베커는 사고 현장에 심정지 환자 응급 처치용 자동 제세동기(AED)가 한 대도 없었다며 "아마존은 물류 창고에 자격을 갖춘 자체 응급 의료 요원을 보유한다는 규정을 갖고 있지만, 토머스를 살리기 위해 작동되는 AED를 갖고 오는 사람조차 없었다"고 진술했다.
그는 "건물 내에 AED 박스들이 설치돼있지만, 안에 실제 기기는 들어있지 않다"면서 "신고를 받은 응급구조대가 건물 입구에 도착한 이후에도 보안 요원들이 신속한 접근을 막는 바람에 시간이 더 지연됐다"고 밝혔다.
소장에는 아마존 관리자들이 911에 사고 신고를 하려는 직원들에게 토머스의 사회보장번호와 생년월일 등 개인 정보를 먼저 물었다는 내용도 들어있다.
응급구조대가 사고 현장에 도착했을 때 토머스는 이미 의식이 없었고, 숨도 쉬지 않는 상태였다.
베커의 변호인은 "심장마비에 걸린 직원의 개인 정보를 먼저 묻고 있는 것은 이기적이고 생각없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토머스는 사고 발생 6개월 전부터 아마존에서 일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베커는 남편 토머스가 일을 좋아했으며, 건강에 신경 쓰면서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올바른 음식을 먹으려 노력하는 사람이었다고 전했다.
윌 카운티 경제센터는 아마존 주문처리센터에 약 7천 명이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아마존 측은 이번 소송에 대한 언급을 거부했다.
chicagor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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