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개 메이저 연속 우승으로 당분간 세계 1위 지킬 듯
지난해 US오픈 결승서는 판정 논란 끝에 "미안해요" 우승 소감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오사카 나오미(22·일본)가 세계 여자 테니스의 새로운 '여제'로 등극했다. 잠시 스쳐 지나가는 '세계 1위'가 아니라 한동안 이어질 '왕조의 시작'을 알리는 분위기다.
오사카는 26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여자단식 결승에서 페트라 크비토바(6위·체코)를 2시간 27분 접전 끝에 2-1(7-6<7-2> 5-7 6-4) 승리를 거뒀다.
지난해 9월 US오픈에 이어 최근 메이저 2개 대회를 연달아 제패한 오사카는 28일 발표되는 세계 랭킹에서 1위 자리를 예약했다.
남녀를 통틀어 아시아 국적 선수가 테니스 단식 세계 랭킹 1위에 오른 것은 이번 오사카가 처음이다.
1997년 10월생인 오사카는 21세 3개월에 세계 1위가 됐는데 이는 2010년 10월 당시 20세 3개월의 나이로 1위에 오른 캐럴라인 보즈니아키(덴마크) 이후 9년 만에 최연소 세계 1위 기록이다.
또 메이저 대회 여자단식에서 2개 대회 연속 우승은 2015년 윔블던의 세리나 윌리엄스(미국) 이후 이번 대회 오사카가 4년 반만이다.
세계 랭킹은 최근 1년간 성적을 토대로 정해지기 때문에 4대 메이저 대회 가운데 2개를 석권한 오사카는 한동안 세계 최정상의 자리를 지킬 가능성이 크다.
랭킹 포인트 7천30점을 기록하게 된 오사카는 이번 대회 준우승으로 세계 랭킹 2위가 되는 크비토바의 6천290점을 740점 차로 앞섰다.
게다가 오사카는 지난해 프랑스오픈, 윔블던에서 모두 3회전에서 탈락, 올해 그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내면 랭킹 포인트를 추가하며 2위와 격차를 더욱 벌리게 된다.
아이티인 아버지(레오나드 막스 프랑수아)와 일본인 어머니(다마키) 사이에서 태어난 오사카는 일본 오사카에서 지내다가 3살 때 미국으로 건너갔다.
2014년부터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본선을 뛰기 시작했으며 2016년에 WTA 투어 신인상 격인 '올해 새로 등장한 선수상(Newcomer of the Year)'을 받았다.
2016년 처음 투어 대회 단식 준우승을 차지했고, 투어 대회 첫 우승은 지난해에 달성했다.
180㎝의 키에 유연한 몸놀림과 강한 파워를 겸비한 오사카는 이번 대회에서 최고 시속 192㎞에 이르는 강서브를 주 무기로 삼았다.
이번 대회 7경기를 치르면서 서브 에이스 59개를 꽂아 여자 선수 가운데 최다를 기록했다. 2위는 37개의 카롤리나 플리스코바(8위·체코)로 오사카와는 차이가 20개 넘게 났다.
지난해 US오픈 결승에서 윌리엄스를 2-0(6-2 6-4)으로 꺾고 생애 처음 오른 메이저 대회 결승에서 우승까지 차지한 오사카는 당시만 해도 메이저 챔피언이 된 결과가 '이변'으로 받아들여 졌다.
게다가 윌리엄스가 2세트 도중 심판에게 격렬하게 항의하다가 게임 페널티까지 받는 등 판정 논란이 겹치면서 오사카는 생애 처음으로 자리한 메이저 대회 우승 시상식에서 첫 마디로 "미안합니다(I am sorry)"라는 말부터 해야 했다.
하지만 불과 5개월 만에 다시 메이저 우승 트로피를 하나 더 수집하면서 오사카는 앞으로 너무 많은 우승으로 다른 선수들에게 미안해하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시티즌, 일본 WOWOW 방송, 니신 푸드, 닛산, ANA 항공 등의 후원을 받는 오사카는 이날 시상식에서 크비토바를 향해 "메이저 대회 결승에서 당신과 경기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며 "항상 당신과 경기하고 싶었는데 이렇게 메이저 대회 결승에서 처음 만나고 싶지는 않았다"고 위로의 말을 건넸다.
emaili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