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EU가입 발판 마련한 자에브 총리 "양국 시민, 합의안으로 혜택"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마케도니아가 이름을 '북마케도니아'로 바꾸는 대신, 그리스는 마케도니아의 유럽연합(EU)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을 더는 반대하지 않기로 한 양국의 합의안을 25일(현지시간) 그리스 의회가 비준한 것에 대해 마케도니아 총리가 사의(謝意)를 표명했다.
조란 자에브 마케도니아 총리는 26일 기자회견에서 "그리스 의회에서의 비준이 쉽지 않았음을 우리 모두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두 나라와 양국 국민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었다"며 합의안을 승인한 그리스 의원들에게 고마움을 나타냈다.
양국의 합의안은 마케도니아 의회에서 지난 11일 먼저 아슬아슬하게 비준된 데 이어 전날 그리스 의회에서도 간발의 차로 과반 찬성표를 얻어 발효를 위한 최종 관문을 통과했다.
자에브 총리는 "미래가 승리하는 데 표를 던지기로 결정한 두 나라의 용기 있는 의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며 합의안에 반대하는 사람을 포함해 양국의 시민들이 이번 합의안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양국의 합의안은 두 나라 모두에서 야권의 격렬한 반대와 극심한 반발 여론 때문에 최종 승인을 획득하기까지 적지 않은 진통을 겪었다.
하지만, 지역 안정과 미래를 위해 국호를 둘러싼 양국의 해묵은 갈등을 해소해야 한다는 두 나라 정부와 확고한 의지와 서방의 적극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극적으로 통과됐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와 의기투합해 작년 6월 합의안을 이끌어낸 자에브 총리는 25일 그리스 의회가 합의안을 비준한 직후에도 트윗을 올려 "치프라스 총리 축하합니다. 우리는 국민과 함께 역사적인 승리를 거뒀습니다. 발칸반도와 유럽의 영속적 평화와 발전을 위한 합의안 만세!"라고 감격을 나타내기도 했다.
마케도니아를 구(舊)유고슬라비아 마케도니아공화국(FYROM)의 약자를 따 'FYROM'으로 칭해온 그리스는 1991년 옛 유고 연방에서 마케도니아가 독립한 뒤 국호 문제로 반목해왔다.
그리스는 마케도니아라는 명칭이 알렉산더 대왕의 고대 마케도니아 왕국 중심지였던 그리스 북부 마케도니아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는 것이자, 알렉산더 대왕에 대해 자부심이 큰 그리스의 역사와 유산을 도용하는 것이라고 여기며 이웃 나라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리스와 갈등을 풀기 위해 원래 나라 이름에 방향을 나타내는 수식어를 달게 된 북마케도니아는 숙원이던 EU와 나토 가입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유엔이 중재한 이 합의안이 최종적으로 효력을 지니기 위해서는 그리스 의회가 마케도니아의 나토 가입을 승인하는 의정서를 비준해야 한다. 이 절차는 다음 달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마케도니아 외교부는 "마케도니아는 2주 내로 국호를 '북마케도니아'로 바꾸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그리스 정부가 25일 그리스 의회가 실시한 합의안 비준 투표 결과를 우선 나토에 통보해야 하고, 마케도니아 정부 역시 모든 국제기관에 국호 변경에 대해 공지하고, 국내적으로는 국가 기관에서 국호 변경에 따른 후속 조치를 개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양국의 합의안이 최종 통과된 데 대해 유엔과 EU, 나토 등 국제사회도 일제히 환영을 표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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