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악화한 한일관계가 회복의 전기를 찾지 못하고 있다. 현재로선 언제, 어떤 식으로 그런 기회가 올지 전망조차 힘든 상황이다. 그렇지만 이대로 관계 악화를 방치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복잡하게 엉킨 관계 악화의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나가야 한다. 양국이 과거를 직시하고 상호 이해와 신뢰에 기초한 관계 발전의 중요성에 의견일치를 본 20년 전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의 정신을 되돌아볼 때다.
우선 일본은 더 이상의 갈등 악화를 초래할 수 있는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 일본 방위상이 자국 초계기의 위협 비행에 대한 우리 군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초계기가 배치된 자위대 기지를 방문해 감시활동을 계속하라고 지시한 것은 매우 부적절했다. 일본이 감정적이고 자극적 행위를 멈추지 않으면 갈등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없다. 레이더 조사와 초계기 위협 비행에 대한 주장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안보당국 간의 더 밀도 있는 협의가 절실하다. 양국 안보당국은 즉각 협의를 재개해야 한다.
동시에 외교당국은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 배상과 관련된 대법원판결, 화해치유재단 해산 문제 등 갈등의 요인이 돼 온 사안에 대한 본격적인 해법 마련 협의에 착수해야 한다. 우리 정부는 대법원판결 이후 관련 부처가 중심이 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여러 방안을 검토해 왔다. 정부는 너무 늦지 않게 그 해법을 내놓고 일본과 교섭을 벌여 나가기 바란다. 대전제는 피해자들의 고통과 상처의 치유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본의 과거사에 대한 직시가 출발점이라는 점은 새삼 강조할 이유가 없다.
지난 26일 도쿄 신오쿠보역에서는 18년 전 이 역에서 전철을 기다리던 중 선로로 추락한 술 취한 일본인을 구하려 철길에 뛰어들었다가 숨진 한국인 유학생 이수현씨의 추모행사가 엄숙히 열렸다. 고인의 살신성인 희생정신은 양국 국민의 가슴 속에 여전히 기억되고 있다. 지금의 한일관계가 자칫 양국 국민 간의 감정 악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만들 책임이 양국 정부에 있다. 얼마 전 스위스에서 열린 외교장관회담에서 한일은 어려운 현안들에 지혜롭게 대처해 나가면서 미래지향적 관계 발전을 위한 노력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조속한 관계회복 전기 마련을 위한 정상 간 채널 가동도 주저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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