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것도 못 받나'라는 비판, 견디고 또 견뎌야 한다"
(인천=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V리그에서 김해란(35·흥국생명)을 넘어서는 리베로는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
김해란은 "나보다 더 뛰어난 후배가 있었는데 견디지 못하고 도망가더라"며 아쉬움이 섞인 미소를 보였다.
그는 "'리베로는 뒤에서 수비만 하는 편한 포지션'이라고 생각하는 팬들이 있다. 잘하면 당연한 거고, 못할 때는 '저것도 못 받나'라는 비판을 받는다"며 "그걸 견뎌야 좋은 리베로가 될 수 있다. 정상에 설 수 있는 재능 있는 후배가 많았는데 부담감을 견디지 못한 사례가 많았다"고 했다.
상대 공격수들의 스파이크는 물론 심리적인 공격을 잘 견뎌낸 김해란은 한국 여자배구 최고 리베로 자리를 오래 지키고 있다.
김해란은 27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도드람 2018-2019 V리그 여자부 현대건설과의 홈경기에서 디그 27개를 성공했다. V리그 개인 통산 디그는 9천1개로 늘었다.
V리그에서 디그 성공 9천개를 넘긴 선수는 김해란 뿐이다.
경기 뒤 만난 김해란은 "경기가 끝나기 전에는 기록에 대해 알지도 못했다. 지금은 팀 성적에만 신경 쓰고 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하지만 김해란이 금자탑을 쌓은 날이면 '리베로'가 주목받는다.
사실 동료들은 리베로의 중요성을 잘 안다.
흥국생명 주포 이재영은 "예전부터 김해란 선배와 같은 팀에서 뛰고 싶었다"고 운을 뗐다.
김해란은 2017-2018시즌을 앞두고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었다.
이재영은 "김해란 선배와 한 팀에서 뛰게 돼 정말 다행이다. 그 덕에 내 공격 성공률이 올라갔다"고 웃으며 "김해란 선배의 수비 비중이 엄청나다. 경기할 때는 물론 훈련을 할 때도 김해란 선배는 정말 멋있다. 거의 모든 경기에서 내 마음속의 MVP는 김해란 선배다"라고 말했다.
김해란도 "재영이는 신인 때부터 잘했던 선수다. 지금은 기량이 더 늘어서, 가장 공을 받기 어려운 공격수가 됐다"며 "나도 재영이와 한 팀에서 뛰어 다행이다"라고 웃었다.
15시즌째 V리그에서 뛰는 김해란은 이번 시즌에도 세트당 디그 성공 6.803개로 1위를 달리고 있다.
김해란은 "음식 잘 챙겨 먹고, 잠도 충분히 자면서 체력 관리를 한다. 어려운 일도 있었지만 잘 견딘 덕에 아직도 코트 위에 있다"고 했다.
특별한 비법이 있지는 않다. 하지만 김해란은 '당연한 것'을 잘 지켰고, 여전히 한국 최고 리베로로 활약하고 있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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